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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BBC방송 틀지말라”… 英과 또 한판

입력 | 2007-08-20 03:05:00


러시아가 ‘외국의 선전(방송)’이란 이유를 들어 영국 BBC 라디오방송의 러시아 내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다.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8일 모스크바 FM방송국이 BBC의 러시아 내 송출을 17일부터 중단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FM방송국은 BBC 방송을 하루 6시간씩 송출해 왔다.

러시아 내의 BBC 청취자 대부분은 FM을 통해 방송을 들어 왔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등지에서 중파와 단파, 인터넷을 통해 BBC를 청취하는 것은 가능하다.

러시아의 BBC 송출 금지 조치는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용의자 수사를 놓고 러시아와 영국이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11월 리트비넨코 사망 당시에도 러시아 측은 한때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BBC 방송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 러시아 정보국 요원 리트비넨코는 지난해 11월 런던 시내 밀레니엄 호텔에서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 210을 탄 음료를 마시고 숨졌다.

리트비넨코가 독살 당한 것으로 결론지은 영국은 살해 용의자로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인 안드레이 루고보이를 지명하고 러시아에 그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러시아가 신병 인도를 거부하자 영국은 지난달 16일 러시아 외교관 4명에 대해 추방령을 내렸다. 러시아도 사흘 뒤 영국 외교관 4명 추방 결정을 내려 양국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의 외교관 추방 사태를 ‘작은 위기’라고 규정하고 23일 러시아 검찰청 알렉산드르 주바긴체프 차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리트비넨코 사건 해결을 위해 영국 검찰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BBC 글로벌 뉴스의 리처드 샘브룩 이사는 “러시아 방송 당국에 이번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도 BBC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BBC 방송 송출 금지 조치는 비판 언론을 폐쇄하는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