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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권위적 자본주의’ 자리잡는다

입력 | 2007-07-12 03:00:00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와 강력한 리더십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에 도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3월 모스크바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과 러시아는 거대한 땅덩이와 인구, 강한 군사력, 급성장하는 경제 등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요즘에는 ‘개발독재가 통하는 비민주적 권위주의 국가’라는 평가도 공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아카르 가트 교수는 포린어페어스 최신호(7, 8월)에 기고한 ‘권위주의 강대국의 귀환’이라는 글에서 “두 국가가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Authoritarian Capitalism)가 21세기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강대국의 부상은 미국 주도의 서구 자본주의 모델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어 서방 선진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들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기존과는 다른 권력=최근 러시아의 경제 성장은 무섭게 속도가 붙었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했던 국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세계 제3위의 외환보유국이고, 유가 급등에 따른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연간 7% 안팎의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의 바탕에는 정부 주도형 개발정책이 있다. 주요 기업의 국유화도 잇따라 현재 전체 기업의 40%가 정부의 직간접적 통제 아래에 있다. 정부에 밉보인 기업의 상당수는 규제 위반, 경영진의 스캔들 등을 이유로 국가에 소유권을 빼앗겼다. 올해 1월 광산재벌인 미하일 프로호로프 씨가 매춘 의혹 속에 세계 최대 니켈회사인 노릴스크니켈 지분 26%를 친정부 인사에게 넘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8일자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정부의 기업 통제정책을 보도하면서 현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크렘린이 용납할 수 없는 자본가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도 비슷한 분위기다. 최근 세계를 경악시킨 산시(山西) 성 벽돌공장 노예 근로자들의 존재와 열악한 근무환경, 관료들의 부정부패 등에도 불구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은 10%대를 이어가고 있다.

또 불량 상품 생산이나 호수 오염을 이유로 공장 몇 천 개를 한꺼번에 폐쇄할 수 있을 만큼 정부의 기업 통제력도 강하다. 언론과 반체제 인사 탄압, 인터넷 통제, 인권 침해 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경제 발전 뒤 해결할 일”이라는 논리로 묵살당한다.

이러한 비민주적 국가통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국 지도자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를 넘어섰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권력 기반을 강화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가공할 힘=중-러 쌍두마차의 질주를 바라보는 서방 선진국의 시선은 불안하다.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이 서구 자본주의의 기준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러 양국이 글로벌 기업들과 합작할 때 충돌을 빚거나 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리는 일도 증가할 조짐을 보인다.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양국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하면 이런 비민주적 체제는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 등 반미 성향의 남미 국가들이 흐름에 동참하는 추세다.

가트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합쳐지면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방송 ‘채널4’의 린지 힐섬 중국 특파원은 주간지 ‘뉴스테이츠먼’에 기고한 글에서 “반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인권과 사회정의를 외치는 자들에게도 위협적인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