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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일본해? 동해-일본해?…‘빈칸’으로 2년 더 둘 듯

입력 | 2007-05-10 03:01:00

9일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의장단이 바다의 명칭 등 안건을 각국 대표와 논의하고 있다. ‘동해’ ‘일본해’ 등 표기에 관한 표결은 2009년으로 미뤄질 예정이다. 모나코=금동근 특파원


모나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 문제가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 문제는 2009년 열릴 차기 총회까지 논의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속개된 IHO 총회에는 세계 바다 명칭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해도(海圖)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제4차 개정판 발간 문제가 의제로 상정됐다.

동해 표기 문제도 여기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이 문제의 표결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대표단 관계자는 “일본해 단독 표기 같은 중요 결정을 위해선 총회 개막 전에 표결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인데 일본이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도 동해 단독 표기 또는 병기를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IHO 총회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결정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 온 데다 제안서 제출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또다시 결론 없이 유보될 것으로 대표단은 예상했다.

IHO는 1929년 동해를 일본해로 처음 공식 표기했으며 1953년 발간된 S23 3판에서 이 표기를 유지했다.

2002년 총회에서는 동해 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으며 동해 부분을 빈칸으로 남겨 둔 채 S23 잠정판을 낸 바 있다.

대표단 관계자는 “일본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동해 단독 표기나 동해 병기를 표결에 부쳐 관철하기엔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의 영향력을 키울) 시간을 번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 유보는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국 대표단이 동해 문제를 대부분 잘 알고 있었다”면서 “논리적으로는 한국의 주장이 옳지만 일본의 영향력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는 의견을 개인적으로 밝힌 대표단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1987년 IHO에 가입해 이번 총회에 해군 장성을 단장으로 3명의 대표단을 파견한 북한도 한국을 응원했다.

한편 각국 대표단에는 한국에서 ‘동해’ 명칭의 합리성을 역설하는 e메일이 쏟아져 들어와 외국 대표들이 한국대표단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나코=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