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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스탈린도 사랑에 울었다

입력 | 2007-05-07 03:01:00

청년 시절의 스탈린. 사진 출처 사이먼 몬티피오리(스탈린 전기 작가)의 홈페이지


러시아의 독재자 스탈린에게도 가슴 시린 사랑이 있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6일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문서고 자료와 여러 번의 인터뷰에서 찾아낸 ‘젊은 스탈린’의 사랑 이야기를 전했다.

혁명 사상에 눈떠 성직자의 길을 포기한 그루지야 청년 소소(스탈린의 아명)는 차르 체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경찰의 표적이 됐다. 1905년 27세 때 그는 동료에게 은신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거기에서 첫사랑 카토(예카테리나)를 만나게 된다.

냉혹한 혁명가가 되기 전 그는 매력적이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청년이었다. 카토에게 잘 보이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시도 읊었다. 바보 연기로 주변을 웃기기도 했다.

그들은 곧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1906년 7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했지만 마냥 행복했다. 스탈린의 동료는 “혁명에만 몰두하던 그가 아내에게만은 부드럽고 세심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혁명은 둘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1907년 6월 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스탈린과 동료들은 그루지야 수도 티플리스(현 트빌리시)의 은행을 털었다. 며칠 뒤 가족을 이끌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피신했다.

이 일로 레닌의 눈에 들면서 스탈린은 더욱 혁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가난과 외로움으로 고생하며 늘 그가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만 기도했던 카토는 결국 병이 들었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스탈린은 급히 아내에게 달려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스탈린은 아내의 눈을 감겨준 뒤 끌어안고 오열하다가 결국 실신했다.

16개월의 짧은 결혼생활이 끝나면서 사랑에 빠졌던 젊은이도 사라졌다. 몇십 년 뒤 세계는 피의 숙청을 일삼는 희대의 독재자를 만났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