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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띠가 쳐진 아이스크림 같은 예쁜 고지에 새들이 날고 있다. 백마고지 피의 능선은 이글이글했던 포열을 잊고 전쟁의 꽈리에서 벗어나려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야트막한 언덕 하나를 놓고 격전을 벌이다 2만 명이 쓰러져 간 이곳이 과연 그렇게 치열했던 곳인가. 한가로운 새소리가 지금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새소리만 없다면 이 적막은 그대로 정물화다. 이미 철새들이 돌아온 전적지엔 독수리 한 마리가 휘 동그라미 그리며 풀숲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