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2차 포항 집회민노총 산하 노조원 7천여명이 9일 오후 포항시내에서 포항건설노조원 하중근씨 사망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경북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사태 이후 노사협상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가운데 민주노총의 대규모 도심시위가 잇따라 열려 포항이 고달픈 여름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과 포항건설노조원 4000여 명은 9일 오후 포항시 북구 죽도동 동국대 포항병원 앞에서 건설노조원 하중근 시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노조원들은 이어 포스코 정문 부근 형산로터리까지 3㎞가량을 행진한 뒤 전 의경 8000여 명과 대치했다.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하는 동안 도심 곳곳의 자동차 통행은 2시간가량 마비됐다. 동국대병원 주변의 상점 주인들은 "간선도로가 사흘이 멀다 하고 마비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문하 포항시의회 의장은 "포스코 점거 사태 이후 포항은 이미지 훼손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있다"며 "노사간 중재 등 해결책 마련을 위해 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노사대립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19일에도 포항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와 경북도가 지난해 어렵사리 유치한 울산 현대중공업의 선박건조용블록공장 투자유치 사업도 무산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 신항 배후단지에 3만여 평 규모의 블록공장을 설립해 제품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23만 평 규모의 본 공장 설립은 당초 전망과 달리 사실상 중단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포항의 공장 증설은 소극적 검토단계여서 당장 투자할 계획은 없다"며 "신 항만공사가 늦어지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포항의 심각한 노사분규도 투자를 꺼리는 한 가지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노사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자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나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포스코는 '3자 개입 불가'라는 당초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 안 공사 중단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감수할 것"이라며 "나중에 공사가 계속되더라도 이전처럼 철야작업 등으로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맞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