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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빅뱅 시작?…鄭의장 “민주-고건씨와 연대”

입력 | 2006-05-26 03:00:00


《5·31지방선거의 판세가 뚜렷해지면서 여야 정치권에선 벌써 ‘선거 이후’가 공론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선거 참패’를 전제로 선거 후 정계개편 추진 의사를 공언하면서 논의를 촉발했다. 선거 후에는 개헌 논의와 남북정상회담 추진 문제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동상이몽

▽동상이몽의 정계개편, 합의점 찾아낼까=지방선거 이후 가장 쉽게 예견되는 정계개편의 그림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 간의 3자 연대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차기 대선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주당이나 고 전 총리와의 연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정 의장이든, 김근태 최고위원이든 공멸의 위기 앞에서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수 야당인 민주당과 독자적 정치세력이 없는 고 전 총리 측도 세 확대를 위한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3자 간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해체와 신당 창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완전한 기득권 포기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얘기다. 고 전 총리 측은 뚜렷한 구상을 내놓은 게 없으나 ‘대권 후보 추대’ 없이는 쉽사리 손을 내밀지 않을 태세다.

개편의 방법에 대해서는 3자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것. 이 때문에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우여곡절이 불가피하다.

●불행 씨앗

▽여권 내부도 동상이몽=정계개편 추진은 여권 내부에서부터 갈등을 빚을 공산이 크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호남지역 의원들은 대체로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거나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데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386 운동권 출신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이를 ‘개혁의 후퇴’라고 규정한다. 사석에서 “그런 주장을 하려면 차라리 당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태도도 중요변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민주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노 대통령이 당과 또다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싸고 당-청 간 갈등이 격화되면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노 대통령과 친노 직계는 정책노선 중심의 다당제 구도나 대권 예비후보군의 확대 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모호한 통합보다는 차라리 색깔에 따라 헤쳐 모여 한 뒤 선거연합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불씨 차단

▽한나라당, 정계개편 불씨부터 차단=한나라당은 여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정계개편론에 대해 ‘선거용’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25일 “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 운운하는 것은 선거 후 패배 책임론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무책임하고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만한 개헌 논의부터 차단해 놓았다. 박근혜 대표가 9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은 안 된다’고 못 박은 것도 개헌 논의를 통한 정계개편 가능성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도 개헌을 차기 대선 공약으로 내놓고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도 변수 될까=여권 일부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개헌 논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통일에 대비한 전면적 개헌론에 탄력이 붙을 수 있고, 권력구조 개편 논의도 동시에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핵심의 기류는 남북정상회담이 언제 성사될지도 모르지만, 그것과 국내정치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다.

2005년 통일부 장관 시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이뤄 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측조차 “남북문제를 국내 정치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선 ‘학습효과’가 있어서 국민 여론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은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등에 대해 “정략적 이용은 안 된다”고 수시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주세요” 집권당의 희한한 호소문

열린우리당 의원과 주요 당직자 100여 명은 25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비상총회를 열어 ‘5·31지방선거에서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남은 선거기간에 정상적인 선거운동으로는 참패를 모면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마련된 행사다.

열린우리당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2군데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확연한 열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총회 참석자들은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한결같이 무거운 표정이었다. 정동영 의장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전망이다. ‘평화 민주 개혁’ 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호소를 간절히 올린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호소문을 통해 “전국 246개 광역 및 기초단체장 가운데 열린우리당 후보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은 20여 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수도권은 단체장 70명 가운데 한나라당이 67, 68석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현재 한나라당 우세 지역을 150곳 안팎으로 분류하고 있는 데 비해 야당 강세를 더욱 강조한 것이어서 ‘엄살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까지 여당이 이처럼 일방적인 열세에 몰린 선거도 없었지만 공개적으로 선거 참패를 거론하며 도움을 호소하는 것도 전에 없던 기이한 풍경이다.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일 뿐 아니라 2004년 17대 총선 지역구 의석의 과반인 53.1%를 휩쓸었고, 지금도 142명의 의원을 보유한 원내 최대 정당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강행처리했고, 불과 20여 일 전인 2일에도 주민소환법 등을 강행처리하는 등 강력한 정국 주도력을 보여 준 상황이다.

그런 강자가 새삼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야당의 눈에는 퍽이나 고깝게 보였던 듯하다. 야당은 일제히 ‘진정성 없는, 열린우리당식 사기극’이라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패배가 자명해지니까 경기하다 말고 감독이 선수들을 그라운드 밖으로 불러낸 뒤 심판에게 영패나 모면하게 해 달라고 사정하는 꼴”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열세 만회를 위해 듣도 보도 못한 코미디를 다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지난 3년 내내 분열 조장, 코드 챙기기, 반개혁으로 일관해 온 노무현 정권, 정동영 의장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자업자득”이라며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열린우리당은 할리우드 액션 같은 엄살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싸워보기도 전에 한나라당의 압승을 떠드는 집권당의 의장은 한나라당의 선전부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여당이 어제는 2년 전 ‘낡은 지역주의 정치세력’으로 폄훼하던 민주당을 갑자기 ‘함께 갈 민주평화세력’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오늘은 ‘선거패배선언’을 통한 한심한 구걸정치에 나섰다”고 힐난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총회에서도 일부 자아반성론이 나왔다. 조세형 고문은 “영입해 온 좋은 후보들이 당 때문에 매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기선 의원은 “우리 고통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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