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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11년 만에 내한공연

입력 | 2006-05-10 03:02:00


“러시아 냄새 물씬한 그들의 음악은 거칠어도 인간미가 있고 흙냄새가 나는 독특한 소리였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997년 RCA레이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녹음하기 위해 라흐마니노프의 고향 러시아를 찾았다. 그는 지휘자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하면서 폭발적인 사운드 속에 슬라브적 정열이 가득한 러시아의 흙냄새를 맡았다고 회고했다.

○페도세예프 33년 지휘 개성 유지

‘러시아의 뜨거운 심장’으로 불리는 거장 페도세예프가 이끄는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이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31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은 러시아혁명 후 구소련 당국이 새로 수도로 정한 모스크바에 방송국을 만들며 1930년 창설했다. 초창기 알렉산드르 가우크(1893∼1963)의 지도 아래 6명의 보조 지휘자로 운영되던 이 오케스트라는 1937년부터 16년 간 니콜라이 골로바노프 단일 지휘 체제로 운영되면서 모스크바의 문화적 자랑거리로 떠올랐다. 이후 겐나디 로즈데스트벤스키를 거쳐 1974년부터는 민속악기와 오페라, 발레, 교향곡 지휘까지 겸비한 페도세예프가 33년째 장기 집권하며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발전시켰다.

구소련 붕괴 후 ‘최고’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러시아 음악계에서 이 같은 ‘장기 집권’은 1977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드미트리예프가 유일한 비교대상이다.

1993년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교향악단에 대해 ‘차이콥스키 국립아카데미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그만큼 이 오케스트라는 차이콥스키 연주에 독보적인 기량을 갖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의 여러 작품도 초연했다.


○러 유학 피아니스트 임동민 씨 협연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은 소비에트 국영 음반사인 ‘멜로디야’ 레이블을 통해 수많은 오페라와 발레 음악 등의 녹음을 남겼다. 그중 림스키코르사코프의 ‘5월의 밤’이란 타이틀의 음반은 프랑스 내셔널 레코딩 아케데미로부터 오르페우스 상을 수상했고, 스위스 취리히 ‘릴리프’ 레이블에서 내놓은 ‘페도세예프 시리즈’는 러시아 민족 색채가 풍부한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명반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사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e단조’가 연주된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본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으나 가우크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그중 4월 골짜기의 노래(아네모네), 6월 뱃노래, 10월 가을의 노래, 12월 크리스마스 등 총 4곡을 들려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지난해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임동민 씨가 협연한다. 1994년 러시아로 유학한 임 씨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차이콥스키 콘서버토리에서 스타니슬라프 부닌 등을 길러낸 레프 나우모프 교수를 사사했다. 3만∼18만 원. 02-2020-162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