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1960, 70년대 고도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룸으로써 ‘인본주의적 경제 모델’로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는 국가주도형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항거’가 진행되고 있다.
항거의 주인공은 기업가가 아니다. 그간 사회보장의 수혜대상이자 경제적 약자로 여겨져 온 근로자 계층이 ‘사회보장제도로부터의 탈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56만 명이 독일의 연금보험 및 실업보험 납부자 명단에서 사라졌다. 납부자의 5.7%가 3년 사이에 사회보장제도의 품을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다.
왜 이럴까.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최근호에서 미용사 프랑크 퀴헨호프 씨의 사례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했다.
베를린에 있는 ‘저스트 헤어’ 미용실에서 일하는 퀴헨호프 씨는 사장한테 월급을 받는 피고용자였다. 최근 퀴헨호프 씨는 사장으로부터 미용실 의자를 하나 세낸 ‘임차인’으로 신분을 바꿨다. 이로써 사장은 종업원을 일정 수 이상 고용한 업체에 부과된 연금보험, 실업보험, 의료보험료 납부 의무에서 벗어났다.
미용실 수입 중 42%가 예전에는 각종 사회보장 납입금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몫을 사장과 그가 나눠 갖고 있다.
퀴헨호프 씨는 “최근 마사지사 등 전문 기술을 가진 서비스업 종사자 대부분이 나처럼 사회보장에서 이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자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막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미래의 노후 보장과 관련해 국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포르사는 최근 근로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법적으로 연금보험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묻자 68%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국가 주도 사회보험에서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면 탈퇴할 것인가’를 묻자 73%가 ‘탈퇴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항거의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실업보험에 대한 적대감은 심각한 상태이다.
취업한 상태에서 실업보험료를 내오다 실직한 사람과, 취업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국가로부터 받는 실업보조금이 비슷하니 ‘돈 낸 보람’이 없다는 것이다.
본 ‘노동미래연구소’의 힐마르 슈나이더 연구원은 “국가 주도의 사회보장 제도는 국민에게 비경제적 행동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경제적 이성(理性)’에 반하는 제도는 지속될 수 없고 지속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 이탈자가 많을수록 가입자 부담이 커지고 다시 이탈자가 발생하는 식으로, 사회보장제도가 파국을 향한 악순환에 들어설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우리는 국가에 의해 강요돼 온 ‘연대(連帶)’로부터 자유를 찾아 도피 중이다.”
독일 연금수혜자연맹의 게오르크 볼만 회장의 말이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철학 아래 만들어진 사회보장 제도. 독일인들은 이제 그 제도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