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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계승자 대신 총리가 국왕 지명된 까닭

입력 | 2006-01-25 16:31:00


쿠웨이트 국왕이 숨진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조용한 쿠데타'가 일어났다. 정해져 있던 왕위 계승자가 물러나고 실권자인 총리가 새 국왕 자리에 앉게 됐다.

AP통신은 15일 서거한 자베르 국왕의 뒤를 이어 즉위할 예정이었던 자베르의 사촌동생 사드(75) 왕세제가 건강문제를 이유로 퇴위했으며, 사실상의 통치자 역할을 해온 자베르의 이복동생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76) 총리가 새 쿠웨이트 국왕으로 지명됐다고 24일 보도했다.

의회는 "사드 왕세제는 1997년 결장암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통치능력이 없다"며 의원 65명 전원 찬성으로 그의 퇴위를 결정했다. 쿠웨이트 헌법은 의회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건강문제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국왕의 퇴위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의회가 건강을 이유로 국왕을 표결로 몰아낸 것은 아랍 중동권에서는 처음이다.

사바 총리는 1963~91년 외무장관을 지내는 동안, 친미(親美) 정책을 채택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의 시련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관측통들은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자원부국이자 친미 노선을 견지해온 쿠웨이트의 에너지 정책과 대외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바 국왕 지명자는 총리에 오른 뒤 쿠웨이트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정치, 경제 개혁을 가속화해 왔다.

또 2005년에는 정부 개혁을 밀어붙여 사상 처음 여성에게 투표권과 선출직 출마권을 부여했다. 1991년 3월 다국적군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군을 몰아내자 근처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던 왕족 중 가장 먼저 쿠웨이트로 돌아와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인 계급과 자유주의 성향 의원들에게는 경제 개혁을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54년 영국 핸든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1959년 경찰·공안부 차관으로 임명될 때까지 경찰 내 주요 자리를 거쳤다. 1997년 심장 맥박조정기 수술을 받은 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으나 건강은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 지명자는 다음주 의회 인준과정을 거쳐 새 국왕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