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서울시보다 오래 전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선진 교통 정책과 문화대국으로서의 문화 인프라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2회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지난해 12월 2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크리스마스와 연말 휴가를 맞이해 독일 내 도시나 멀리 스위스, 프랑스 등 인근의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기차역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우리와 비슷했지만 표를 검사하는 역무원은 물론 표를 내는 곳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띄게 다른 풍경이었다.
모두 원하는 목적지까지의 표를 끊어서 자유로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찰을 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역무원이 일일이 표를 확인하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인(無人) 시스템 덕분에=기차역뿐 아니라 지하철역에서도 표를 검사하는 절차가 따로 없다. 지하철역 곳곳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구입한 뒤 승차하면 된다.
지하철역과 지하철 안에는 ‘승차권 미소지자는 벌금 40유로(5만 원)’라는 안내표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기본요금인 1.35유로에 비해 30배 이상 비싼 벌금이다. 실제로 사복을 입은 교통국 관계자들이 종종 지하철을 다니며 표를 검사하고 있지만 무임승차를 해서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시하고 있는 무인 시스템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은 표를 검사받는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정부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時)테크 가능한 버스체계=독일의 버스 정류장에는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 볼 수 있는 시간표가 붙어 있다. 지하철처럼 버스도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다. 한국에 비해 도로 사정이 좋아서 가능한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독일의 정확한 버스 배차 시간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또 버스 정류장에는 시간표와 함께 다음에 올 버스가 몇 분 후에 정류장에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정차 시간표를 확인하면 추운 데 미리 나와서 버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독일에서는 매년 말 지역별로 내년 1년간의 교통수단 시간표가 총망라된 책자를 펴낸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버스, 지하철, 철도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시간표 및 노선이 1400쪽에 걸쳐 자세히 적혀 있는 책을 2.5유로(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폴터 슈파만(40) 씨는 “지하철 못지않게 배차 시간이 정확해 주로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독일의 이렇게 편리한 교통 시스템이 올해 월드컵 축구 대회 때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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