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이홈]住테크?… “고수들은 절대 무리안해요”

입력 | 2005-12-15 03:03:00

인터넷 부동산정보업체 정보분석담당자 6명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새해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영호 김규정 강현구 함영진 김은경 김광석 씨. 홍진환 기자



내 집 마련 정보사, 닥터아파트,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유니에셋, 알젠.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번쯤 들어봤을 회사들이다.

아파트 값을 조사하고 분석하며 분양 현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로 자리 잡은 인터넷 부동산정보 제공업체들이다.

이들 회사의 정보 분석 실무책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어떻게 정보를 얻고, 실제 재테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또 이들은 내년 부동산시장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도 묻고 싶었다.

모두 30대 초중반으로 재테크를 알기에는 조금 젊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탄탄한 재테크 이론으로 무장하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와 현장 취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돈 되는 정보로 만드는 능력을 갖춘 재테크 가이드들이다.

○ 무리한 재테크는 절대로 안한다

6명이 현재 거주하는 집주소만 보면 이들의 재테크 실력(?)은 의심받을 만하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이나 경기 성남시 분당, 용인시 등 인기 주거지역 거주자는 한 명도 없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어디 사세요”다. 부동산정보팀장이라면 돈 될 만한 아파트 한 채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도가 깔려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600만 원의 종자돈으로 5년 만에 2억7000만 원짜리 32평형 아파트를 장만했거나 회사에서 받은 월급만 모아 8년 만에 20평형대 아파트를 장만해 부모님 거처로 마련해 드린 고수들이었다.

다만 “직업윤리 때문에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 못하거나 아직까지 부동산에 투자할 만큼 목돈을 모으지 못한 탓”이라는 게 이들의 해명.

○ 집값 올라도 문제, 내려도 걱정

이들은 매주 집값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언론사에 제공하거나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그리고 거의 매번 소개된 집값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민원인들의 전화에 시달린다.

‘육두문자’가 섞인 전화를 받는 일도 흔하다.

“자기가 아는 것보다 집값이 덜 나왔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고, 정반대로 너무 비싸게 나왔다는 항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매일매일 돈 되는 정보를 어떻게 얻을까.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정부 발표나 조간신문에 보도된 부동산 관련 기사를 읽고, 실제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분석할 때는 팀원들과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필요하면 현장 조사도 나가지만 대부분 전화통화로 현장 정보를 얻는다.

“하루에 전화를 수십 통씩 걸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핵심적인 투자정보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고수들에게 의지한다.

“대부분의 고수는 중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 내년 집값 오를까 내릴까

내년 집값에 대한 이들의 전망은 ‘상승한다’와 ‘하락한다’가 엇갈렸다.

오른다는 측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그러나 2002∼2004년 상반기에 나타났던 폭등세는 기대하기 어렵고 물가상승률 수준 범위에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는 내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인해 각종 선거공약에 대한 기대심리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떨어진다는 측은 “현재 8·31 부동산 종합대책 관련 법안이 속속 입법화되고 있으므로 내년 중에 이를 체감하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 ‘2차 집값 조정’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세금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내년 입주물량이 많아서 하향 안정된다. 1998년 이후 홀수 해보다는 짝수 해 때 전세금이 안정됐다”는 쪽과 “서울과 용인시 등 주요 지역은 물량이 적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지역의 전세금이 오르면서 주변 지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쪽으로 주장이 나뉘었다.

○ 나라면 여기에 투자해보고 싶다

내년에 투자 유망한 곳에 대한 대답도 다양했다.

특징적인 것은 여성 팀장들은 한결같이 “알뜰살뜰 부어 온 청약통장을 내년에는 꼭 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수도권에 투자성이 높은 분양 물량이 많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자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남성 팀장들은 시세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돼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일부 지역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 지분’이나 ‘법원경매 물건’, ‘입주가 시작되는 수도권 유망 지역 아파트 분양권’ 등 다소 공격적인 투자처를 추천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주택-건설 연구기관의 전망…집 - 땅값 ‘동반하락’▼

내년 부동산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나타났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 대책의 종합세트 격인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내년부터 속속 시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요건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기반시설부담금 등 개발이익환수가 강해지면 집값과 땅값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주택도시연구원은 내년 전국 평균 집값이 3∼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 특히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31만 채로 크게 늘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국 평균 3%, 서울 6% 오른 전세금은 내년엔 입주 물량 증가로 상승폭이 줄어 전국적으로 2∼3%, 서울은 3∼5% 오를 것으로 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집값이 4.7%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은 이보다 적은 3.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금은 올해 6.4% 오른 데 이어 내년엔 4.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지시장도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땅값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행정도시, 기업도시, 뉴타운 등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들 개발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태여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 요건이 강화되고 개발부담금 부과 등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도입되면서 투기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도시연구원은 올해 땅값 상승률은 4%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내년엔 거래가 크게 줄면서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땅값이 1% 안팎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이전 대상 지역과 공공기관이 빠져나가는 수도권은 개발 기대감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