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 평택시에서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가 주도한 집회에는 전국의 사회단체, 노동자, 농민, 학생 등 4500여 명이 참가했다. 평택에는 2007년 말까지 서울 용산기지가, 그 후에는 서울 이북의 미군 2사단이 옮겨갈 예정이다. 한미 간에 합의가 끝나 부지 매수가 진행 중인데도 이처럼 고도로 이념화, 정치화된 집회가 열린 것은 국익과 안보 면에서 크게 우려스럽다.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한미동맹의 건재를 보여 주는 상징적 지표로 인식돼 왔다.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구호 속에서 동맹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양국은 ‘평택 기지’ 합의를 강조하곤 했다. 만약 평택마저 흔들리게 된다면 한미 관계는 정말 위기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 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지 이전 반대 세력들은 평택 미군기지가 ‘대북 선제공격을 위한 것이며 미국의 해외침략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논리로 주민을 선동하고 있지만 근거 없는 주장이다. 용산기지 폐쇄를 요구해 관철시킨 이들이 평택 미군기지까지 반대하는 것은 결국 ‘주한미군은 모두 나가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될 때 안보 공백은 누가 메우며 동맹 없는 한국의 미래 청사진은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 이들의 주장이 대안(代案) 없는, 무책임한 반미로 비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미군부대 예정부지 349만 평 중 매수가 안 된 91만 평에 대해 강제수용 결정을 내렸고 2020년까지 18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평택 개발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날 평택에선 기지 이전에 찬성하는 측의 집회도 동시에 열렸지만 자칫하다간 찬반 단체끼리 충돌할 우려마저 있다. 밖으로는 미국을 안심시키고 안으로는 평택을 ‘제2의 부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