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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경영대 교수들 “경영학 밖에서 경영학 배우자”

입력 | 2005-12-06 03:01:00

지난달 21일 서울대 LG 경영관 4층 회의실에서 서울대 경영대 교수들이 같은 대학 인문대 국사학과 정용욱 교수의 강의를 귀담아듣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펜과 칼, 그리고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열강했다. 사진 제공 서울대 경영대


“전체의 20%가 나머지 80%를 먹여살린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개미의 세계에도 적용되더군요. 개미의 경영 지혜에서 인사 생산관리 등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 철학 윤리 강연이 혼이 있는 브랜드, 미적인 감각이 넘치는 제품, 윤리경영 등을 생각하게 하는 자극제가 됐습니다.”

서울대 경영대 교수들이 같은 대학의 역사 자연 정치 철학 전공 교수들의 강의를 들은 뒤 털어놓은 소감이다. 이들은 올해 14차례나 다른 학과 교수들을 초청해 전공과 무관한 강의를 들었다.

학기 중 매주 월요일 점심 식사 시간대를 이용한 ‘영역 뛰어넘기 시도’는 2003년에 시작됐다.

초기에는 경영대 교수들이 서로 자신의 연구분야를 발표하면서 공동 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하지만 잘 알고 있거나 한번쯤 들은 적이 있는 경영학 분야 강의에 교수들은 “재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강사를 경영대 내부에서 찾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서울대 경영학연구소는 경영학 분야와 전혀 어울리기 힘들 것 같아 보이는 인문 사회 자연계열 교수의 강의를 듣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에는 다른 학과 교수 몇 명만이 강사로 나섰으나 올해는 대부분 경영학 이외 분야의 강의가 이어졌다. 자연대 임지순(任志淳·물리학과) 교수의 ‘나노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 사회대 장달중(張達重·정치학과) 교수의 ‘동북아 국제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 인문대 안병직(安秉稷·서양사학과) 교수의 ‘역사와 기억-홀로코스트의 경우’, 자연대 최재천(崔在天·생명공학부) 교수의 ‘개미의 경영지혜’, ‘초고령 사회와 이모작 인생’, 인문대 정용욱(鄭容郁·국사학과) 교수의 ‘펜과 칼, 그리고 한국현대사’ 등 경영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강의가 올해 계속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자연대 김홍종(金泓鍾·수학과) 교수는 ‘수학적으로 본 공정한 분배’라는 주제로 ‘앙코르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대 교수들로부터 ‘노사 간 이익 분배’, ‘부서 간 이익 조정’ 등 경영학 주제를 수학적 논리로 멋지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들었다. 경영대 교수들은 김 교수에게 강연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대 이유재(李侑載·경영대) 교수는 “색다른 연구와 강의를 통해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며 “경영학 이론을 정립하는 데도 다른 분야 교수들의 강의가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2005년도 서울대 경영대 주례오찬 이색강연 내용일자발표자발표 주제4월
18일임지순
(자연대 물리학과)나노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

4월
25일백종현
(인문대 철학과)철학의 개념, ‘윤리경영’의 문제5월
2일서경호(인문대
중어중문학과)중국 문인사회의 전통5월
16일장달중(사회대
정치학과)동북아 국제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5월
23일안병직
(인문대 서양사학과)역사와 기억-홀로코스트의 경우10월
24일박찬욱
(사회대 정치학과)선거구제와 연정 논의에 대한 이해10월
31일장재성
(인문대 불문학과)유럽 문명의 원류: 헬레니즘과 기독교정신11월
7일최재천
(자연대 생명과학부)개미의 경영지혜11월
21일정용욱
(인문대 국사학과)펜과 칼, 그리고 한국 현대사-신탁통치 파동의 역사적 성격11월
28일김홍종
(자연대 수학과)수학적으로 본 공정한 분배

▼“우수강의 교수님 특별상 드립니다”'서울대 교육상' 제정▼

서울대는 학생 교육에 헌신한 교수들을 선정해 내년 2월 ‘서울대 교육상’을 주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자연대 농업생명대 공과대 등이 우수한 강의를 한 교수에게 상을 준 적은 있지만 대학본부가 교육상을 제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우수한 강의와 창의적인 지도로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교수를 시상함으로써 교수의 능력계발을 촉진하고 대학 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강의평가 교수법 등 최근 수년간 교육활동을 평가해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 가운데 매년 10명 안팎의 수상자를 선정해 상패와 부상 1000만 원씩을 수여할 계획이다.

첫 수상자 선발을 위한 후보자 접수 마감은 이달 30일까지이며 대학본부에 설치되는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총장이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서울대 교무처는 “교육상은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만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강의 및 학생 지도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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