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기증 쇄도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크로빌 빌딩에 문을 연 ‘연구치료목적 난자기증 지원 모임’ 사무국에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자신의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전화가 이어졌다. 이종승 기자
MBC PD수첩 취재팀이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팀 논문의 진위를 검증하려 한 것은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왔다고 과학계는 지적한다. 검증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MBC가 4일 밤 뉴스데스크에서 “황 교수와 관련한 많은 의혹은 과학계가 나서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국제 전문학술지가 인정한 논문을 국내에서 다시 검증한다면 국제 과학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검증은 과학전문지의 몫
황 교수팀의 연구 업적은 세계적 권위를 가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되면서 국제 과학계의 검증을 거쳤다. 사이언스, 네이처 등 과학전문지는 논문을 제출받으면 게재하기까지 관련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에게 심사를 맡긴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에 걸쳐 수정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심사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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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네이처에 논문을 실은 국내 한 생명공학자는 “비전문가 집단이 논문을 검증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신문이나 방송은 검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과학전문지가 따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의 역할은 세계적 과학전문지에 실린 논문의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연구 성과의 사회 경제적 영향 등을 분석 보도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과학 분야의 한 전문가는 “연구 자체의 문제나 오류, 나아가 과학적 진위를 따지는 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PD수첩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검증에 직접 나선 일은 그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내 과학계 나설 필요 없다”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세계적 과학전문지에 연구 성과가 실리면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논문에 나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시도한다.
최근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국내의 한 대학교수는 “외국 학자들에게서 실험에 썼던 시료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이틀에 한 번꼴로 받는다”면서 “연구 성과가 가짜라면 다른 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금방 들통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서 재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에 대해 관련 연구자가 반박 논문을 게재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논문의 내용이 번복될 수도 있는 검증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 일원인 이병천(李柄千)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PD수첩팀이 제기한 DNA 2차 검증 요구에 대해서도 “한국 과학계를 실추시키는 것인 만큼 DNA 재검사에 응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대신 “후속 논문이나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임을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네이처에 논문을 냈던 한 생명공학자도 “시간을 두고 차분히 기다리면 황 교수팀이 후속 논문을 통해 스스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련)’ 창립추진위원회는 5일 “과학적 발견의 검증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학문적 절차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과실련 추진위원장인 서울대 공대 이병기(李秉基)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실험을 통해 검증받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좋지만 검증 문제는 일반인들이 좀 더 참을성을 갖고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