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일대에 들어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지하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친환경 건물로 조성된다.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은 2일 아시아문화전당 국제건축현상공모 결과, 건축가 우규승(64·미국)씨가 출품한 ‘빛과 숲’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이 당선작을 바탕으로 내년 1월∼11월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거쳐, 12월 본격 공사에 들어가 2010년 완공된다.
우씨의 당선작은 작품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빛과 숲의 개념을 전체 조성물에 도입, 건축과 조경, 건축과 공원의 경계를 허물어 자연친화적으로 설계 돼 있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장수와 영원성을 상징하는 소나무 대나무를 부지 전체에 심어 죽음을 딛고 일어선 삶의 승리를 표현하고, 전체 대지를 누구에게나 개방된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상징하고 있다.
김종성(건축가·70) 심사위원장은 “국내외 저명한 10인의 심사위원들의 3차례 현장실사와 전체 출품작에 대한 5차에 걸친 회의 및 7차에 걸친 토론, 7차례의 투표과정을 거칠 만큼 치열한 경합을 통해 당선작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1등 당선작에는 20만 달러의 상금과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당선작은 내년 2월 광주와 서울에서 전시되며, 아시아문화전당 영문소개 사이트(www.acc2005.org)를 통해 공개중이다. 당선작 시상식은 7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축제’ 행사 때 열린다.
이번 현상공모에는 33개국에서 124개 작품이 응모, 알베르토 프란치니(이탈리아)와 승효상(한국) 씨의 작품이 2등, 정영균 신창훈 최삼영(한국)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스페인) 씨의 작품이 3등에 각각 선정됐다.
당선작 ‘빛과 숲’은 옛 전남도청 본관과 민원실 및 전남경찰청 본관 금남로 분수대 상무관 등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건물을 원형보존함으로써 이 지역의 역사성을 담았다.
새로 들어설 전시동 공연장의 옥상을 ‘옥상공원’으로 만드는 등 부지 면적의 80% 가량을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고 있다.
신축되는 3개 건물(전시동 공연장 소극장)은 지상고가 10m(2층 규모)에 불과하며, 모든 건물의 지하 깊이는 최고 25m(4층 규모)에 이르는 등 총 연면적의 60% 정도가 지하에 들어서는 등 기존의 ‘지상형’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설계자 우규승 씨는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콜롬비아대 및 하버드대 건축대학원에서 각각 건축계획 도시계획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매사추세츠주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면서 MIT 건축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서울올림픽 선수촌 및 기자촌 국제현상설계에 당선한데 이어 서울 환기미술관도 설계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