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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년퇴임한 배기원(裵淇源·65·사진) 전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최근 대법관 인사에 ‘편향’이 나타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관이 추구해야 할 것은 진보 보수가 아니라 옳고 그름이다”=배 전 대법관은 “대법관이 종래의 서열 인사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 전 대법관은 “하지만 이데올로기 대결 시대가 오래전에 종언을 고한 마당에 진보냐 보수냐의 잣대로 섣불리 법관들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했다. 배 전 대법관은 이어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진보적, 개혁적이라고 내세우는 몇몇 법관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비친다면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법관의 사기가 떨어지고, 법관들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고 불릴 만한 판결을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돼 결국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받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법부 불신 해소 위해선 균형 있는 재판해야”=배 전 대법관은 후배 법관들에게 사회 지도층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균형 있는 재판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흔히 대법관을 선망의 자리라고 하지만 그 화려해 보이는 커튼 뒤에서 고뇌와 번민을 거듭하며 휴가는커녕 퇴근 후나 공휴일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했다”며 5년여간의 대법관 생활을 회고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