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커 감독의 ‘세계’가 정부의 허가를 받고 중국에서 개봉됐다. 자 감독은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중국 서민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EBS
중국 사람들에게는 영화나 음악보다 빵과 자전거가 더 소중했다. 지난 30여 년간 그러했다. 제목까지 관여하는 검열 탓에 자국 영화가 대중과 자유롭게 만나기도 어려웠다.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고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중국 대륙은 세계 무대에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13억 중국인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중국 영화도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EBS가 1일 방영하는 ‘중국의 젊은 영화 길을 나서다’(낮 12시)는 중국 영화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뒷골목 카페에서 상영되던 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 뻗어나가는, ‘중국 영화의 세계화’ 과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최근 자장커(賈樟柯) 감독의 영화 ‘세계’가 중국 정부의 상영 허가를 받았다. 그는 중국 지하영화의 대표 주자였다. ‘세계’의 배경은 전 세계 건축물 미니어처가 있는 베이징의 세계공원이다. 사람들은 공원에서 ‘세계화의 환상’을 경험한다. 감독은 이 환상 뒤에 가려진 중국인의 고단한 삶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상영 허가를 받는 데 3년이 걸린 왕샤오솨이(王小帥) 감독의 ‘북경자전거’. 자전거는 중국의 상징이었지만 영화에서 자전거를 들고 가는 소년 앞에는 자동차의 물결이 있다. 감독은 변화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영화에 담아 널리 알리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영화를 키우는 것은 영화인들의 이런 진지한 고민이다. ‘북경자전거’는 2001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카이거(陳凱歌) 감독. 그는 최근 판타지 대작 ‘무극’ 촬영을 마쳤다. ‘무극’에는 우리나라 배우 장동건과 일본 배우들도 출연한다. 천 감독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아시아의 정신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중국의 감독들은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시아 영화기행’ 시리즈의 첫 주자인 ‘중국’ 편의 1부다. 2부는 15일 방영된다. 앞으로 태국(2일), 이란(5일), 인도(6일), 뉴질랜드(7일), 중앙아시아(9일), 일본(12일), 홍콩(13일), 대만(14일)의 영화 현장이 소개된다. ‘한국’ 편은 2부로 나뉘어 8일과 16일 방영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