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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코딱지 파는 아이들

입력 | 2005-11-18 03:00:00


“딱지, 딱지, 코딱지. 먹으면 안돼요.”

승민이의 취미는 코딱지 후비는 것이다. 승민이는 오늘따라 금괴라도 발견했는지 노래를 부르면서 채굴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지원이도 터널이 꽉 막혀 젖 먹을 때 보채며 힘들어한다. 추워진 날씨에 갑자기 난방을 세게 했더니 딸들의 코가 코딱지로 난리다.

“이런, 빨리 가습기 틀어야겠다.”

아이들의 코딱지는 우리 집 습도계다. 딱딱한 코딱지가 생겼다는 건 집안이 건조하다는 증거다. 적절한 습도는 40∼60%인데 우리 집 실내공기는 이보다 미달이다. 메마른 공기를 지속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코 점막이 마른다. 또 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비염, 인두염 등이 생기기 쉽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콧구멍이 작고 예민한 데다가 분비물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건조해도 코딱지가 잘 생긴다. 또 어른보다 감기에 자주 걸리기 때문에 코딱지를 달고 산다. 검정 코딱지, 단단한 코딱지, 피가 섞인 코딱지 등등 종류도 많지만 아무튼 이 코딱지를 최대한 부드럽게 처리를 해야 한다. 딱딱한 코딱지를 핀셋 등으로 억지로 떼어내면 코 점막에 상처를 입는다. 심한 경우 혈관이 노출되면서 다시 딱지가 앉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코피를 자주 흘릴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리식염수를 코에 한두 방울 떨어뜨린 다음 면봉이나 코 흡입기로 빼내는 것. 단 코 흡입기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코의 점막이 손상되므로 하루 3회 이하로 쓰도록 한다. 목욕을 시키고 난 뒤에 코딱지를 빼도 쉽게 빠진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실내 습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충분히 코딱지 예방이 가능하지만 유난히 코딱지가 많이 생기는 아이라면 약국에서 비액(엔클비액, 코시우스액)을 사서 떨어뜨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훈증기나 천식환자가 주로 사용하는 네블라이저를 이용해 코에 습기를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코피가 자주 나거나 코 점막이 헐었으면 면봉으로 테라마이신 안연고나 바세린을 코 점막에 발라 주는 게 좋다 .

건조한 계절, 아이의 피부만 촉촉하게 가꿀 것이 아니라 코 점막도 항상 촉촉하게 해 주자.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