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남성욱]예사롭지 않은 ‘北-中 밀월’

입력 | 2005-10-25 03:16:00


28일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은 동북아의 역학관계가 변동하고 있음을 일러 주고 있다. 후 주석의 평양 방문은 2001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래 4년 만에 이뤄지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이다. 일부에서는 후 주석이 내달 한중 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북한을 찾음으로써 동맹국 예우 차원의 방문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계획도 중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후 주석의 방북은 최근 최전성기인 양국의 친선관계를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분석의 각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중 관계는 폭과 속도가 예사롭지 않으며 경제건설 등 접촉면을 확대하며 혈맹의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10월 15일자)은 중국이 2억6000만 위안(약 340억 원)을 무상지원하여 건설된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지적하면서 “조중 관계가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특히 이 사업은 후진타오 동지의 중국 새 영도집단이 조중 친선에 얼마나 큰 힘을 쏟고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중국 국경절(10월 1일)에 보낸 축전에서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강화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중국의 화답도 이에 못지않다. 중국은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축전(10월 10일)에서 “중조 우호협력 관계를 새롭고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확고한 방침이며 이것이 이 지역 안정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10월 들어 오간 양측 지도부 간 축전과 답전 및 정부 성명만 해도 수차례에 이르고 있다.

북-중 동맹은 1950년 ‘항미(抗美)원조전쟁’(6·25전쟁의 중국식 표현)을 함께 치른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 후 실용주의 4세대 지도자가 등장하여 양국 관계도 중국의 수많은 외교정책의 하나일 뿐이라는 보편성 이론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북-중 관계의 특수성 이론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북-중 관계의 특수성은 동북아의 힘의 균형이라는 시각으로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닥치는 한반도는 중국 외교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곳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을 견제하는 것이 중화(中華) 부흥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 전략을 포기하고 북-중 동맹 강화에 열을 올리면서 양국 관계의 이상설을 보란 듯이 잠재우고 있다.

금년 들어 가속화된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대안친선유리공장의 가동으로 새로운 궤도에 올라섰다. 무산 광산의 광물자원 협력, 50년간의 나진항 조차 등 사회간접자본과 소비재 및 서비스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중국의 대북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북한 핵 위기로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압박과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은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하지만 중국의 유리공장 제공 덕택으로 “이제 한겨울 찬바람 걱정은 없다”는 북측의 태도는 우리의 눈에는 딱해 보인다. 또한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후 주석은 방북 기간 중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시찰하며 경협의 금자탑으로 칭송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6자회담에서 중국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최소한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북-중 동맹 관계는 절정에 달할 것이다.

2005년 가을 한반도 북쪽에서 몰아치는 북풍한설의 기류는 동북아 역학관계 변동에 심각한 요인이다. 한국이 한랭전선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