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언어학자 놈 촘스키가 이 시대 최고 지성으로 꼽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자체 선정한 지성인 100명의 명단을 갖고 9월부터 10일까지 온라인 독자 2만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장기 투표 결과가 나왔다. 투표 결과 미국 외교정책을 비판해 온 언어학자 촘스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체코 벨벳혁명의 주인공으로 대통령을 지낸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 이슬람의 얼굴을 가진 파시즘을 비판해 온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각각 1∼5위를 차지했다.
독자 한 사람이 5명의 지성을 뽑는 이번 투표에서 촘스키는 4800표를 얻어 2500표를 얻은 2위 에코를 크게 앞질렀다. 촘스키의 미국 외교정책 비판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에밀 졸라, 버트런드 러셀, 장 폴 사르트르로 이어진 비판적 지식인의 위상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10위권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20위권에는 3명의 여성이 들어갔다. 이란 인권운동가로 200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시린 에바디, 캐나다 저널리스트로 반(反)세계화 운동을 벌여 온 나오미 클라인, 여성이면서도 페미니즘을 신랄히 비판하는 카밀 파글리아가 포함됐다.
10위권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사람은 각각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 중인 히친스(56), 살만 루슈디(58) 등 2명뿐이었다. 그러나 20위권에 클라인(35)과 과장된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통계적으로 비판해 온 덴마크의 정치학자 비외른 롬보르(40) 등 젊은 세대가 포함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영미권의 지성에 비해 유럽대륙의 지성에 대한 평가는 낮았다. 에코와 독일 비판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각각 2위, 7위로 상위에 올랐으나 그 밑으로는 쥘리아 크리스테바(49위), 안토니오 네그리(50위)까지 내려갔다. 특히 프랑스의 지성은 40위권에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한 곳이 영어 잡지여서 투표자 중 영미권 독자가 많았던 것도 영향을 줬다.
그외 지역에서는 이란이 두각을 나타냈다. 에바디와 함께 이슬람 철학자 압돌카림 소루시가 각각 12위와 15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일본은 6명이 명단에 있었으나 이 중 4명이 꼴찌로부터 5위권 안에 있었다. 한국인은 투표 명단에 없었다.
독자가 직접 써넣은 인물로는 통화주의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잡지는 이들처럼 현재 활동하지 않는 인물은 명단에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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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