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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지진 참사]넋 잃은 생존자들 눈물만…

입력 | 2005-10-13 03:03:00

105시간 만에 생환인간의 생명력은 지진보다 강했다. 터키에서 파견된 구조대원들이 12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인 무자파라바드에서 3자녀의 어머니인 라시드 파루크(45) 씨를 구조해 냈다. 지진으로 무너진 집 잔해 더미에 깔린 지 105시간 만이다. 무자파라바드=AFP 연합뉴스


12일 새벽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라호르 국제공항.

한국을 비롯한 대만, 에스토니아 등 해외 각국에서 들어온 구조대원들이 구호물품 반입 절차를 밟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만에서 온 민간구조대원 첸완정(42) 씨는 “파키스탄은 대만 정부와 수교관계가 없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돕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항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이슬라마바드의 거리는 적막에 싸여 있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 기간) 중이라 공항 인근의 상점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생존자를 찾아라=오전 9시 택시를 타고 이슬라마바드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지진 현장에 도착했다. 지진에 무너진 10층짜리 아파트 ‘마르갈라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지진 발생 5일째인 이날도 콘크리트와 철근의 거대한 잔해 더미에서 구조작업이 한창이었다. 구조대원 120여 명이 굴착기과 불도저를 동원해 20m 높이의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를 뜯어내는 중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구조팀장(35)은 “우리는 아직까지 생존자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작업속도를 내기 위해 중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반대편의 영국에서 온 구조팀이 마지막까지 생존자 수색작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진 피해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로린 마리크(25·의사) 씨는 “어제 마지막 생존자인 무하마드 아딜(19) 씨가 구조된 이후 아직 추가 생존자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건물의 잔해에서는 35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구조대원들은 매몰된 사람이 39명 정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수인성 전염병 우려=이날 최대 피해를 본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 무자파라바드에서는 이재민들이 깨끗한 물과 음식을 구할 수 없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구조대원들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식량을 구해 돌아왔다.

공원에서 만난 한 임신부는 “담요, 돈, 먹을 것…. 아무것도 없어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4일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국 자선단체 옥스팜의 자원봉사자 샤이스타 이지즈(28) 씨는 “생존자들이 넋을 잃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상수도 시설이 망가지고 물이 오염되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할 우려도 커졌다.

국제 의료봉사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MSF)’는 12일 “오염된 물에 든 세균을 통해 전염되는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인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