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38로 뛰어들자 바둑의 모양이 잘게 쪼개졌다. 흑으로선 두터움을 살리기 위해 우변 쪽에서 폭넓은 진영을 만들어야 했는데 백 38로 무산됐다.
백 38은 적절한 곳. 참고도 백 1로 두는 것도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백 1에 두면 흑은 실전처럼 39쪽이 아니라 참고도 흑 2로 다가선다. 흑은 8까지 꾹꾹 눌러 막아 백이 답답해 보이는 진행.
흑 43까지 된 후 백 44가 천금같은 요소. 백이 초반에 한발 앞서 가는 느낌이다.
흑 45, 47의 공격도 백 46, 48로 튼튼하게 받아 두니, 더는 여의치 않다.
흑 49는 의외의 한 수. 두텁긴 하지만 백 50과 교환돼 실리로 손해다.
프로들은 대부분 확실한 보상 없는 실리 제공을 꺼린다. 흑 49는 이세돌 9단만의 독특한 기풍이라 할 수 있다. 흑 51도 모양을 키울 때 쓰는 급소 자리지만 흑 모양이 사방으로 터져 있어 좀 헤픈 느낌도 있다.
해설=김승준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