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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玄정은 회장

입력 | 2005-09-14 03:00:00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시키라는 북한 측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제 현 회장은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현대그룹 홈페이지에 올렸다. “대북사업이 기로(岐路)에 선 듯하다”는 말로 배수진을 친 현 회장의 태도는 비장하다.

김 부회장이 8월 중순 현대아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북한 당국이 현대그룹에 가한 압력은 상궤(常軌)를 벗어나 ‘횡포’ 수준이다. 북측이 현대와 2000년에 합의한 ‘7대 독점권사업’에 포함된 개성 관광사업의 추진을 지난달 말 롯데관광에 제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평양 남북장관급회담의 북측 관계자도 어제 남측 취재기자에게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에 백두산관광권을 줬지, 자기(현 회장)에게 준 것이 아니다”면서 “금강산관광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북측은 “현 회장이 김 국방위원장과 만난 직후 김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사퇴시킨 것은 신의(信義)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이 정작 신의를 지켜야 할 상대는 1조5000억 원을 대북투자에 쏟아붓는 바람에 한때 몰락 위기에 처했던 현대그룹과 남편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계속해 온 현 회장이다.

그런데도 북은 독점권을 주기로 약속한 개성 관광사업에까지 다른 기업을 끌어들여 현대를 흔들고 있다. 롯데관광 측은 현대아산 금강산 사업의 파트너로 관광객 모집업무를 맡고 있는데다 북측이 요구하는 개성 관광비용(1인당 15만 원 선)이 비싸다는 이유로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북의 잔꾀에 말려들지 말고 부당한 요구는 단호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남한으로부터 단물만 빨아먹고는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는 일을 밥 먹듯이 하는 북측에 언제까지나 끌려다닐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들이 북한 당국에 휘둘리기만 하면 결국 우리 국민이 ‘북한의 봉’이 되고 만다. 잇속 챙길 때만 ‘민족끼리’를 외쳐서는 실리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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