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4시 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감청(도청) 사실을 공개한 후 여권과 김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전 대통령의 입원은 앞으로 도청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통령 재임 때 김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정남식(鄭南植)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가슴 X선 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세균성 폐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며 “워낙 고령이라 조심해서 지켜봐야겠지만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의 최경환(崔敬煥)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열흘 전쯤부터 미열이 있고 기력이 떨어지는 등 감기 증상을 보였다”며 “염증 소견이 있어 검진이 필요하다는 주치의 장석일(張錫一) 성애병원 원장의 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로 예정됐던 김 전 대통령의 도쿄 피랍 생환 32주년 기념미사는 취소됐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 80세(호적 기준)이다.
열린우리당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이 이날 김 전 대통령의 병실을 찾아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김 전 대통령의) 명예를 꼭 지키도록 하겠다”며 쾌유를 기원하자 김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이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을 병원으로 보내 김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는 뜻을 전할 계획이다.
국정원의 도청 발표 후 노 대통령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히자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심기가 편치 않다. 모욕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