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楊正哲)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비서관(2급)이 제1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양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통해 박 대표가 1일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한국 정치의 비정상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없어 허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표의 반응을 책임감, 결단, 역사의식, 깊은 성찰, 일관성 등 5가지가 없는 ‘5무(無)’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양 비서관은 우선 “대통령 제안의 핵심은 연정이 아니라 지역구도 타파”라며 “박 대표는 연정을 안 한다고 선언하면 끝날 일이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진지한 고민과 대안 제시도 없이 ‘안 해’ 하고 돌아서기만 해서는 될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기득권을 내놓겠다는 결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기득권에 대한 애착과 지역주의에 대한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큰 지도자가 되려면 기득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박 대표는 대통령을 꿈꾸는 지도자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고 반대만 하겠다는 것은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훈계조로 꼬집기도 했다.
양 비서관은 이어 “이 땅의 지역구도가 유신정권 시절 정권 연장과 독재 운용의 도구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악용됐다는 사실에 역사적 부채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박 대표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박 대표는 정치 파트너로서 신용 불량자인 노 대통령이 마치 벼룩시장의 상품인 것처럼 국민이 준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며 “양 비서관은 허접한 ‘막글 올리기’를 그만두고 자숙하라”고 비난했다.
386 운동권 출신인 양 비서관은 지난해 7월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여론이 일자 ‘동아·조선일보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는 글을 통해 두 신문사에 독설을 퍼부은 적이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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