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아사히신문의 취재를 거부하기로 했다.
자민당의 이 같은 조치는 ‘공영방송 NHK가 집권 자민당 실력자들의 압력으로 군 위안부 문제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축소 방영했다’는 아사히신문의 폭로 기사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
자민당 측은 취재 거부 이유로 아사히신문이 ‘NHK 압력설’과 관련된 취재 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의혹이 짙다는 점을 들었지만 감정적 처사일 뿐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1일 당직자 회의에서 “문제의 기사 취재 메모가 ‘월간 현대’ 9월호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당직자들은 당분간 공개회견 외에는 아사히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집권당이 특정 신문에 대한 취재 거부를 공식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민당 내 ‘아사히신문의 문제 보도에 관한 조사프로젝트팀’은 이날 아사히신문에 자료 유출의 사실 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자민당에 대한 취재활동에 자숙할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
자민당 측은 ‘월간 현대’가 아사히신문 기자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 사이의 대화 내용을 보도한 데는 아사히신문 기자가 깊이 간여한 혐의가 짙다고 주장했다. 나카가와 경제산업상과 아베 간사장 대리는 일본 정계의 우경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2001년 NHK 측에 군 위안부 프로그램을 축소 방영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사내 자료 일부가 유출된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므로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며 “자숙할 필요가 없는 만큼 취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표적 권위지인 아사히신문과 자민당의 악연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2003년 중의원 선거 때는 아사히신문의 계열사인 TV아사히가 제1야당 민주당의 예비 내각 명단을 비중 있게 보도하자 자민당 측이 ‘정치적으로 불공평하다’며 소속 의원들의 TV아사히 출연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다지마 야스히코(田島泰彦) 조치(上智)대 교수는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것을 이유로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권력을 이용한 보도 개입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며 “자민당식의 결정이 용인되면 언론의 조사 보도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