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스타벅스 내 모유 수유 허용 운동(Nurse at Starbucks)’의 로고. 이 운동은 스타벅스 로고를 본떠 ‘여기서 젖을 물려도 된다(breastfeed here)’는 로고를 만들었다.》
6일 미국 뉴욕 ABC방송국 앞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건물 앞에 모인 200여 명의 여성이 일제히 신생아에게 젖을 물리며 “아기들은 어디서나 모유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쳐 댄 것.
이들은 여성단체 ‘뉴 맘(New Mom)’의 회원들. 최근 ABC방송의 유명 여성앵커 바버라 월터스가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공공장소에서 젖을 먹이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도록 법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오하이오 등 6개 주가 ‘여성은 어느 장소에서든 아기에서 모유를 먹일 권리가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성단체들은 공공 음식점에도 압력을 넣어 최근 버거킹은 모든 매장 내에서 모유 수유를 허용하도록 영업 방침을 바꿨다. 스타벅스도 최근 한 여성 고객에게 화장실로 가서 젖을 먹이도록 권유했다가 여성단체들의 집중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은 스타벅스 내 모유 수유 허용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www.nurseatstarbucks.com)까지 만들며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모유 수유 여성이 늘고는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젖을 먹이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분만 후 모유를 먹이는 여성 비율은 70%에 이르렀지만 이 중 3분의 2는 분만 6개월 후 모유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