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의회가 찬성 15, 반대 4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기로 의결했다. 기초의회로는 전국에서 처음인데 지역자조(自助)의 새 모델을 보여준 사례로 돋보인다. 경북 포항, 울진, 영덕과 전북 군산 등 지방시군 자치단체 5곳이 유치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기선을 잡은 셈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의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이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의 덧신 모자 작업복 등 오염도가 낮은 물건들을 드럼에 담아 저장한다. 단기적으로도 안전할 뿐 아니라 30년이 지나면 방사성의 세기가 반감되고 300년이 지나면 방사성물질로서의 생명이 끝난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역 주민들의 막연한 혐오와 거부감 때문에 폐기장 부지를 찾지 못한 채 19년이나 표류해 왔다.
그러다가 특별법 제정으로 유치지역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3000억 원의 지원금이 가고, 연간 50억∼100억 원의 반입수수료가 떨어지며, 직원이 900명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들어가게 돼 있다. 주민세 지방세로 연간 40억 원 이상의 수입도 기대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으로서는 큰 수입원이다.
이제는 경쟁 시군 간에 뒷말이 없도록 배정하는 일이 숙제가 돼 버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방폐장을 ‘악(惡) 그 자체’로 여기고 환경과 지역민의 적으로 삼던 ‘님비’와 반대투쟁은 무엇이었느냐는 반문이 생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바탕으로 국리민복을 실현하는 것이 정치다. 중앙정치뿐 아니라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도 ‘님비’시설에 대한 주민의 선입견과 혐오감을 설득으로 해소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민들의 맹목적 저항을 풀어가야 한다. 무엇이 공동선(善)이며 공동이익인지를 지혜롭게 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