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일 취임연설 후 그의 2003년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재단’ 연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자유의 확산’에 대한 소신과 배경이 이미 당시 연설에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 2003년 11월 6일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재단 회원을 상대로 한 이 연설은 눈앞의 안정을 위해 독재국가와 손잡았던 과거 미국의 ‘세력균형 외교원칙’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서방세계는 60년 동안 자유가 억압된 중동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변명해 왔지만 미국의 안보는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장기적으로 안전보장은 결코 자유를 희생하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재국가와의 적당한 타협으론 미국의 안보를 지켜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소련의 팽창주의를 막고 이슬람혁명 발상지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 중동 독재국가와 손잡았던 기존 안보정책에 회의를 나타낸 것은 곧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현실정치 외교노선 대신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으로 대표되는 이상주의 철학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첫 선포식으로도 볼 수 있다.
프랑스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이에 대해 “유럽의 어떤 지도자도 자신들의 정부가 아랍 독재자를 지원했다는 데 대해 이런 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악의 축’에 이어 3년 만에 등장한 부시 집권2기의 신조어인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도 2003년 연설이 뿌리였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쿠바 미얀마 북한 짐바브웨와 같은 ‘압제의 거점(outposts of oppression)’이 미국의 민주주의 정책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또 “소련 독재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혜안을 높이 평가했다. 1982년 레이건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유럽과 미국의 일부 지식층은 비판적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분석가들은 이 선언을 ‘안일하고 단순하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지만, 그는 용기 있고 낙관적이며 정확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2년 9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첫 선을 보인 ‘민주주의 확산을 통한 안보’라는 구상이 소련 독재의 종식에 이어 나타난 ‘새로운 독재국가’에 대한 대응임을 확인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2003년 연설 및 2005년 상황 비교연설2003년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재단’ 연설2005년 1월 상황과거반성중동국가의 독재 인정한 미국 외교정책에 간접 유감 표시. “안보는 결코 자유를 희생하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대통령 취임사 및 라이스 내정자 청문회에서 과거 정책에 대한 유감표시 없었음.신조어제시압제의 거점(outposts of oppression) 제시 : 쿠바 미얀마 북한 짐바브웨 4개국.라이스 내정자가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 개념 제시 : 이란 북한 쿠바 미얀마 짐바브웨 벨로루시 6개국.민주주의확산“1970년대 초 민주국가는 40개. 20세기 말 120여 개로 증가. 더 늘어날 것이다.”취임사 “민족과 문화에 구분 없이 민주주의 전파하고, 독재 종식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