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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동상은 괴로워…시위대 시선끌기 좋아 애용

입력 | 2004-12-17 18:19:00


덴마크 코펜하겐의 명물인 인어공주 동상이 터키 때문에 수난을 당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모여 터키의 EU 가입을 의논한 16일 시위대는 인어공주 동상을 활용해 반(反)터키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일찍 동상을 구경하러 온 일본인 단체 관광객은 검은 천이 동상을 감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은 천은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부르카’라는 옷. 옷 위에는 ‘터키가 EU에 가입한다고?’라고 쓰인 띠가 둘러쳐져 있었다.

관광객을 인솔한 일본인 관광 가이드는 이 천을 벗겨낸 뒤 당국에 신고했다. 덴마크에선 국민의 49%가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인어공주 동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잘 끄는 대상인 탓에 시위대로부터 단골로 공격을 당해왔다. 1913년 설치된 이래 두 차례나 목이 잘려 나가는 봉변을 당했고, 팔이 떨어져 나가거나 엉뚱한 색깔의 페인트가 칠해진 일도 잦았다. 2003년에는 165cm 높이에 175kg인 이 청동상이 통째로 물에 빠진 적도 있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