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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의 거짓말’부터 철저히 따져야

입력 | 2004-07-20 18:47:00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건 진상조사를 둘러싸고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군(軍) 당국이 작성한 당시 상황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군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이 무엇이든 국가안보의 두 중추기관이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북한의 거짓주장과 군의 허술한 보고체계 두 가지다. 이중 북한의 거짓주장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보낸 전통문에서 북측 경비정의 최초 송신시간을 실제보다 10분 앞당겨 주장해 남측의 혼란을 유도했다는 점, 심지어 “그쪽(남측) 선박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는 주장을 했다는 점 등이 새로 밝혀졌다. 이로써 이번 사태는 북한의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한 도발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군의 보고체계만을 문제 삼는 것은 균형감을 잃은 자세라고 본다. 군 보고체계상의 하자는 그것대로 철저한 내부조사를 거쳐 보완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북한에 대해 침묵하는 정부의 자세다. 북한의 거짓주장에는 한 마디 항의도 안하면서 우리 군만 탓하고 있으니 군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북한의 의도된 도발이 군 보고체계의 문제를 불러온 선행(先行) 요인이라는 점에서 보면 더 그렇다.

이번 사태가 남한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양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사안의 경중(輕重)을 제대로 따져야 한다. 그러면 청와대가 할 일은 자명해진다. 북한의 거짓말에 강력 항의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일이 그것이다. 행여 청와대가 군의 처신을 ‘참여정부 대북정책 성과에 대한 훼손 의지’라고 잘못 해석한다면, 그 결과는 안보태세의 심각한 약화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