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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복귀… 10년만에 또 쫓겨나

입력 | 2004-02-29 18:43:00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아이티 대통령이 29일 아이티를 떠남으로써 최악의 혼란 사태로 치닫던 아이티 내전이 일단 진정의 계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정국이 안정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고립무원 속의 망명?=이날 반군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불과 40km 떨어진 지점에서 진격을 멈춘 채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미국과 프랑스도 그의 구원요청을 외면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에 국외 피신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PA통신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미국과 프랑스 외교관들을 만난 뒤 망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변 보장 등에 대한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두 딸은 지난주 이미 뉴욕에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AFP통신은 한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오전 6시(현지시간) 증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직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이티 총리도 이를 확인했다.

사임 후 망명이든, 국외 탈출이든 아이티는 당분간 국정공백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임기도 올 1월로 끝난 상태다. ‘아리스티드 이후’에 대한 반군과 야당의 입장도 명확치 않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누구=1953년 태어난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흑인 독립국 아이티에서 1991년 처음으로 민선 대통령이 됐다. 가톨릭 신부 출신으로 뒤발리에 부자(父子)의 세습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설교 활동으로 빈민과 농민의 지지를 얻었다. 대통령이 된 지 수개월 만에 군부 쿠데타로 쫓겨났다가 1994년 미국의 개입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실정과 경제난, 2000년의 부정 선거 논란으로 반대 세력의 저항을 불러왔다.

▽아이티, 극심한 혼란=29일 외신에 따르면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 곳곳에서는 시신이 나뒹굴었고,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보트 피플’의 행렬이 이어졌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탈출 소식이 알려지자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대통령궁 인근에서 방화와 약탈을 저지르기도 했다.

포르토프랭스=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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