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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읽기]음(陰)과 양(陽)

입력 | 2004-01-11 17:22:00


陰은 秦(진)의 小篆(소전)(왼쪽 그림)에서처럼 통상 읍(阜)가 의미부로 c이 소리부로 간주된다. 하지만 陰의 원래는 c이며, 읍가 추가된 것은 이후의 일이다. c은 今이 소리부이고 云이 의미부인데, 云은 지금은 ‘말하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원래는 구름의 모습을 그린 글자다. 따라서 c에 뿌리박힌 생각은 구름으로 인해 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흐린 날의 경우는 雨(우)를 더하여 d으로, 응달의 경우는 읍를 더하여 陰이 되었다. 읍는 지상가옥의 건축술이 발달하기 이전, 땅을 파 반지하식 흙집을 만들어 살았던 시기에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계단을 그린 글자로 이후 ‘집 위쪽의 땅’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陰은 자연스레 陰地(음지)와 연관지어졌다.

陽은 원래 양으로 썼다. 양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처럼 제단(丁) 위로 솟아있는 태양(日)을 그렸으나, 나중에 햇빛을 강조하기 위해 광채(삼)를 더하여 양이 되었다. 여기서 제단은 태양신을 모시던 흔적으로 보인다. 이후 다시 阜가 더해져 陽이 되었고, ‘햇빛을 받고 있는 땅’이라는 의미에서 陽地(양지)와 연관지어졌다.

하늘/땅, 빛/어둠 등의 이분법적 개념에 익숙한 우리는 陽을 긍정적 개념으로 陰을 부정적 개념으로, 또한 양을 남성/하늘과 연결시키고 음을 여성/땅과 연결시켜 양을 음의 상위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字源(자원)으로 보면 음/양은 이러한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니라, 손등/손바닥, 등/배와 같은 대칭적 개념이었다. 즉 陰은 구름이 해를 가린 모습이며, 陽은 제단 위로 태양이 크게 솟아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陽은 주로 밖으로 훤히 드러난 외양을, 陰은 숨어 있거나 가려져 있는 내면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덕이란 마음(즉 내면)으로 쌓고 그 덕을 베풀 때에도 밖으로 과시하지 않아야 하기에 陰德(음덕)이라 하고 陽德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반대로 陽尊(양존)은 ‘겉으로만 존경하는 척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므로 양과 음은 대칭적 개념에 불과할 뿐,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이 더해진 개념은 아니었다. 남/녀의 개념이 양/음과 연결되고 다시 尊(존)/卑(비)의 개념이 연관된 것은 그 한참 후의 일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