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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공종식/폴란드의 한국기업 유치작전

입력 | 2003-12-18 18:39:00


17일 저녁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한 폴란드대사 관저에서 열린 송년 파티장.

올해에는 ‘특별한 손님’ 몇 명이 초대됐다. 기자를 포함해 자동차를 담당하는 일부 신문기자들이 초청을 받은 것.

기자도 ‘왜 대사관에서 나를…’ 하고 궁금해 하며 참석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타데우시 호미츠키 대사를 포함해 대사관 직원들이 일제히 나와 기자를 환영했다.

‘환대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호미츠키 대사는 “잘 오셨습니다. 폴란드는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기아자동차 유럽공장은 반드시 폴란드에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공장 부지를 물색 중인 기아차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를 최종 후보지로 압축해 놓은 상태다. 조만간 기아차는 이 중 한 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해 발표할 예정.

대사관 직원들의 홍보전이 이어졌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번갈아 가며 기아차 유럽공장이 왜 폴란드에 세워져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폴란드는 인구가 3800만명으로 앞으로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또 바로 옆에는 인구 8000만명인 우크라이나도 있지요. 반면 슬로바키아는 인구가 700만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에 폴란드의 생산성이 600% 이상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마렉 마호브스키 상무 참사관)

“슬로바키아에 비해 폴란드가 ‘유일하게’ 불리한 점은 고속도로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 또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년 안에 공장부지 후보지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공장은 3년 이후에야 가동하지 않습니까.”(호미츠키 대사)

기자들이 “우리는 취재만 할 뿐 결정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린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설득작전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대·기아차에서는 누가 가장 영향력이 세나요”라며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로 한국 부임 3년째인 호미츠키 대사는 “공장을 유치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가 기아차 공장 유치를 성원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수십 차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파티장을 떠난 시간은 오후 9시반.

귀로에 몇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한국 외교관들도 해외에서 이처럼 열심히 뛰고 있을까.

우리 공무원들은 얼마만큼 절박하게 투자유치를 위해 뛰고 있을까.

공종식 경제부 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