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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나는 시]정현종, '나쁜 운명'

입력 | 2003-11-14 18:00:00


이 세상은

나쁜 사람들이 지배하게 되어 있다.

(그야 불문가지)

'좋은'사람들은 '지배'하고 싶어하지 않고

'지배'할 줄 모르며 그리하여

'지배'하지 않으니까.

따라서 '지배자'나 '지배행위'가 있는 한

이 세상의 불행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시집 '견딜 수 없네'(시와 시학사)중에서

‘좋은 운명’을 볼거나.

이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봉사하게 되어 있다./ (그야 불문가지)/‘나쁜’ 사람들은 ‘봉사’하고 싶어하지 않고/‘봉사’할 줄 모르며 그리하여/‘봉사’하지 않으니까./따라서 ‘봉사자’나 ‘봉사행위’가 있는 한 이 세상의 행복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저 시인이 숨겨 놓은 2연을 드러낸 것뿐이다. 위로 서릿발 같은 지배를 받아도 아래로 땅김 서린 봉사를 받을 수 있으니 겨울 밭두렁의 보리들은 푸르게 눈뜨고 삼동(三冬)을 견딜 것이다.

‘견딜 수 없네’라고 중얼거리는 한 염려할 것 없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동안은 잘 견디는 것이다. 엄동(嚴冬)에 아주 뿌리가 얼지 않은 것이다.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