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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기자간담회]부담 던 검찰 ‘어느 선까지…’

입력 | 2003-11-02 18:39:00

2일 오후 청와대 내 춘추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정만호 의전비서관이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과는 관계없이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는 여유(?)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경모기자


2일 대선자금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SK 이외의 다른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확대라는 내부방침을 굳히고도, 이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과 ‘정치개혁’과의 연관성을 지적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부담을 느끼면서 수사 범위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부담=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수사 단서와 수사의 논리상 다른 기업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확전을 유보해왔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높지 않았던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 때와는 달리 수사 확대가 국내 기업에 대외적인 유·무형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작용했다. 국내 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집단 손해배상소송, 국내 기업의 대외신인도 및 기업가치 동반 하락 가능성 등을 지적했기 때문.

하지만 노 대통령의 2일 발언으로 힘을 얻은 검찰은 SK 이외의 기업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정치개혁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수사 되길 바란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정치인과 기업의 수사 방식까지 언급한 것은 수사에 대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선 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은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기관이지 정치개혁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사 확대가 촉발된다면 수사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감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가 대통령의 발언에 의해 진행된다면 검찰이 정쟁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고 일선 검사들은 입을 모았다.

▽수사 범위와 전망=검찰이 SK 이외의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면 수사 대상은 ‘필요한 최소의 범위’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SK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5대 기업을 중심으로 비자금 전반이 아니라 대선자금에 동원된 비자금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과 정치권의 ‘자백’이 없으면 이 같은 조사를 단기간에 끝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의 효율과 투명성을 위해 SK비자금 수사와 마찬가지로 ‘기업 회계 조작에 의한 비자금 조성 명세’→‘비자금의 전달 경로’→‘정치권 유입 경위’ 등의 순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업은 어차피 비자금 전반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하고, 수사자료 확보에 걸리는 시간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SK비자금의 경우 수사자료 확보에만 3개월가량이 걸렸다.

또 수사 대상을 5대 기업 또는 10대 기업 등으로 한정할 경우 수사 결과가 또 다른 정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몇 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수사 결과가 일방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수사 범위를 100대 기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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