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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선가도에 '빨간 불'

입력 | 2003-10-29 16:24:00


내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이라크 내 폭탄 테러 등으로 인해 부시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언론과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라크 전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의 재선 승리를 의심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였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소속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최근 당선, 공화당에 힘을 실어 준데다 발목을 잡았던 경기 침체도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경제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아버지의 실수'라는 제하의 28일자 인터넷 칼럼을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걸프전 직후 높은 국민들의 지지에도 불구 경제 문제에 둔감, 92년 대선에서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했던 아버지 부시처럼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문제에 대한 현실 감각이 현저히 떨어진 언행들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 동시 다발 테러 다음날인 2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사담 후세인(이라크 전 대통령)과 탈레반이 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는 안전해졌다…재건은 힘들며 양국에는 여전히 자유의 적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 다발 폭탄 테러로 30명이 사망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내용들이었다는 것.

칼럼은 "부시의 이라크에 대한 현실감각은 절망적인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

후세인 추종 세력들뿐만 아니라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지에서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이 합세, 게릴라식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내 상황을 신속히 안정화시키지 못할 경우 부시의 재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 역시 국민들에게 강력한 대안 및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어 이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