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루덴셜 한국지사인 PCA생명보험 마이크 비숍 대표(42·사진)가 지난해 영풍생명 인수를 마친 후 제일 처음 한 일은 면담이었다. 10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을 1 대 1로 만나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부터 가족관계,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묻고 또 물었다.
이뿐 아니었다. 비숍 사장은 한국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때 에이전트의 의견을 따르는 생명보험 업계의 오랜 관행을 철저히 무시했다. 마케팅 부장을 소비재 업체인 타이어 회사에서 스카우트 했고, 마케팅 부장은 소비자에게 직접 달려가 시장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했다.
이 과정에서 마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에이전트의 불만이 높아졌다. 직원들도 해고 대상자를 추리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비숍 사장은 “직원 및 소비자의 숨은 고민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업 성공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PCA생명은 ‘카피 제품’이 판을 치던 기존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해냈다. 회사를 그만 둔 직원도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비숍 사장은 이를 회사의 오랜 전통인 ‘듣기 문화(Listening Culture)’로 설명했다.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공통 분모가 나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분명해지죠.” 이 때문에 비숍 사장은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영국 프루덴셜은 ‘타이태닉’호 침몰 배상 회사로 유명하다. 1848년 창립된 세계 보험업계의 선두 주자로 현재 아시아 12개국에 진출해 있다. 브랜드 개념이 희박하던 1876년 미국 보험업자가 영국 프루덴셜을 본 떠 미국 프루덴셜을 창립했고 이후 영국 프루덴셜은 미국 프루덴셜이 먼저 진출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PCA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PCA생명보험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비숍 사장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사람들은 불안할 때 더 안정성을 추구합니다. 생명보험 회사로선 오히려 기회지요. 앞으로도 고령화, 건강, 여성, 어린이 등 갖가지 소재를 테마로 한 특화상품을 쏟아낼 예정입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