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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WTO 1차초안 대책비상]'개도국'제외땐 농업소득감소

입력 | 2003-02-13 18:49:00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 특별회의 스튜어트 하빈슨 의장이 12일 내놓은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세부원칙 1차 초안을 둘러싼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수용 불가’는 물론 이미 확정된 세부원칙 합의일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번 초안에 따르면 한국 농산물 가운데 살아남을 품목이 드물기 때문에 농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역시 일단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EU 등 한국과 이해(利害)관계가 비슷한 농산물 수입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WTO 회원국간 역학구도에서 한국 등 수입국이 소수파로 밀리는 데다 개도국 지위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업분야 한국 피해 엄청날 듯=전국농민회 박흥식(朴興植) 사무총장은 “‘하빈슨 초안’을 기초로 한다면 일부 규정을 완화하더라도 한국은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초안은 현재 90% 이상 고율 관세가 부가되는 품목에 대해 평균 60%, 최소 45%(선진국 기준) 관세 인하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곡물과 양념류 등 주요 141개 품목이 고율 관세 품목에 해당된다. 협상안이 시행될 2006년부터 우리가 밥상에서 대하는 대부분의 품목이 개방 파도에 바로 노출되는 셈이다.

하빈슨 초안은 수입량이 제한된 저율관세쿼터(TRQ) 품목에 대해서도 2006년부터 지금의 2배로 수입을 늘리도록 규정했다. 한국은 TRQ를 이용해 민감한 품목의 수입을 제한해왔기 때문에 2006년부터 직접적인 농가피해가 우려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송수(林頌洙) 연구원은 “고율 관세 품목은 2010년경 반값 수준의 외국 농산물과 경쟁해야 한다”며 “살아남을 품목이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간 판도, 한국에 불리=DDA협상에서 WTO 회원국들의 양상은 미국과 EU가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개도국의 세력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호주 등 ‘케언스 그룹’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EU 같은 주요 농산물 수입국은 ‘비(非)교역 관심(NTC)그룹’을 이끌며 미국에 맞서 있다. 이 구도에서도 미국과 케언스 그룹의 영향력이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다. 개도국들은 이미 미국 및 케언스 그룹에 동조하고 있다.

DDA가 출발 자체부터 수입국에 불리한 것도 NTC그룹의 고민이다. DDA는 우루과이라운드(UR) 방식의 농업개방을 기초로 추가개방을 논의하는 구도여서 농산물 수입국이 받는 충격이 UR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한국, 개도국 지위유지가 관건=이번 초안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띄게 개도국에 특혜를 주는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농업소득 감소폭이 연간 3조원이나 차이가 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도국의 관세 인하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 여기에다 개도국은 주요 전략 품목에 대해 관세 인하 및 보조금 감축의 예외를 인정받는다. 개도국 지위 확보에 따라 개방의 충격이 크게 엇갈리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농림부 당국자는 “한국의 무역규모 등을 고려할 때 개도국 지위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WTO 회원국들은 9월까지 세부계획에 따른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개도국 기준에 맞출 예정.

그러나 농산물 수출국들은 한국의 개도국 지위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반대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개별 협상을 벌여 만장일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DDA농업협상 관련 한국과 WTO 농업위 하빈슨 의장의 초안 비교
(자료:WTO농업위원회)구분UR방식하빈슨 의장 초안한국 제안관세
감축
평균 36%,
품목별 최소 15%
기존 관세율에 따라 품목을 분류해 평균 40∼60%, 품목별 최소 25∼45%(핵심농산물 예외 불인정, 이행기간 5년)
평균 36%, 품목별 최소 15%,
주요 핵심농산물은 10%
(이행기간 6년)
평균 24%,
품목별 최소 15%
평균 27∼40%,
품목별 최소 17∼30%
평균 24%, 품목별 최소 10%,
주요 핵심농산물은 6.7% 국내
보조
감축
총액기준 20%
총액기준 5년간 60%
(내수용 품목 불인정)
6년간 총액기준으로 감축하되 수출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품목(내수용)은 20%, 나머지 품목 55% 감축
총액기준 20%
총액기준 10년간 40%
(기타 전략품목에 관한 보조금 감축 예외 인정)
총액기준으로 감축하되 수출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품목 13.3%, 나머지 품목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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