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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기업들 "이라크戰 피해 최소화" 대책마련 분주

입력 | 2003-02-10 19:25:00


“D데이는 2월 중순에서 3월 초순 사이다.”

중동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보내오는 이라크전 예측이다. 3월부터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미국이 전쟁을 하기 곤란하므로 그 이전에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라크를 둘러싼 전운(戰雲)이 짙어짐에 따라 기업들도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이라크의 보복공격으로 전쟁이 중동 주변 국가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주재원 철수 △물류 △고(高)유가에 대비한 에너지 절감 등 각종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중동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연간 76억달러(2002년 기준).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대부분이다. 수입은 원유가 95% 이상을 차지하며 연간 188억달러 정도. 무역협회 무역진흥팀 김재숙(金在淑) 팀장은 “전쟁이 일어나면 중동으로의 수출은 끝났다고 봐야 하며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압박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이 수출 부진, 에너지 부족 등 총체적인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전 비상대책반 운영=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있는 삼성물산은 전쟁 발발에 대비해 ‘이라크사태 비상대책반 운영 방안’과 ‘전쟁 전개 양상에 따른 단계별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본사 전략기획팀이 중심이 된 비상대책반은 현지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단계별 계획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해 동남아에 파는 이 회사는 전쟁 발발시 대체 물량 확보 계획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도 전쟁이 나면 중동지역에 있는 80여명의 주재원 및 가족들을 유럽 등으로 대피시킬 계획. 물류 시스템이 파괴될 경우에 대비해 제2, 제3의 물류업자들을 선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발주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전쟁의 영향을 덜 받는 해양설비, 중전기, 건설장비 등으로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원유가에 민감한 항공사들은 원유 도입분에 대해 선물(先物) 등으로 위험 분산을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어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추가 부담이 300억원 정도다. 이라크전이 발발하면 주 2회 중동노선(서울∼두바이∼카이로)을 잠정 폐쇄할 계획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15일부터 이라크전 발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발동한다.

LG그룹은 전쟁 발발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고 계열사별로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및 에너지 절감, 경영혁신 활동을 실시해 경제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에너지 관련 비용을 작년 수준인 약 2000억원으로 동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폐열 회수 △에너지 다소비 공정 개선 △신제조 공법 도입 △공정 파괴 등의 활동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노후 설비들을 차례로 새 설비로 바꾸고 있다.

▽‘전후’도 준비한다=이라크전이 단기에 그친다면 경제적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 1991년 걸프전 때 쿠웨이트에 방독면을 3000만달러 어치 수출한 삼성물산은 이번에도 비슷한 특수를 노리고 있다.현대 기아차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한국차가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후 복구사업으로 유망한 분야는 발전소 석유화학 등 인프라 설비와 자동차 가전 유전 개발 등이 꼽힌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자산동결 조치 때문에 이라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9억달러에 이르는 현대건설은 전쟁 후 국제정치 여건이 바뀌면 미수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KOTRA는 전쟁 발발시 국제유가가 40달러까지 오르지만 3·4분기(7∼9월)부터는 20달러로 다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쟁이 1∼2개월 안에 끝나면 전후(前後) 복구 프로젝트 등으로 한국의 중동 수출은 5억달러 늘지만 1년가량 끌 때는 24억달러의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동 국가들은 어려울 때 ‘섭섭하게 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전후 복구 프로젝트에 참가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들은 중동의 거래선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