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KBL
변화의 끝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을까.
프로농구 모비스 오토몬스 최희암 감독(47·사진)이 달라졌다. 한마디로 부드러워졌다. 전처럼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는다. 또 벤치에서 자주 웃음을 띠며 선수들의 등을 두드린다.
굵은 뿔테안경에서 풍기는 지장의 면모와는 달리 그는 원래 선수들을 가차없이 몰아세우는 맹장 스타일. 이는 연세대 감독시절부터 이어져온 그의 캐릭터였다. 그러던 그가 왜 갑자기 ‘부드러운 남자’가 됐을까.
3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그동안 독불장군식의 운영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1년 농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용병 선발에서 정보 부재로 1순위 지명권을 갖고도 선수를 잘못 뽑아 시즌 도중 교체하는 홍역을 앓았다. 또 일일이 선수들을 간섭해 갈등을 빚었다. 선수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가 하면 숙소에서는 오후 11시면 불을 꺼 ‘모비스 고교’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선수들도 감독 눈치보기에 바빴다. 잘 하려는 생각보다는 야단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소극적인 태도로 경기를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 모비스는 지난달 24일 여수 코리아텐더 전부터 5연패에 빠졌다. 5연패는 최 감독이 연세대 감독 초창기였던 86년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수모였다. 구단 내부에서도 ‘최희암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체중이 5㎏이나 빠지도록 고민한 끝에 최 감독이 내린 결론은 ‘내 탓이오’. 그는 지난주 고참선수들 앞에서 “일방통행식으로 주문하고 혹독하게 몰아세우다 보니 문제가 많았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또 “앞으로 강요와 욕심을 버리고 선수단 전체가 하나 되는 팀워크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감독의 스타일로 볼 때 이 같은 일은 이례적이다.
최 감독의 변화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해서였을까. 모비스는 지난 주말 2연승을 달렸다.
44연승과 농구대잔치 3회 우승을 이끌었던 연세대 감독 시절, 최 감독은 팀이 부진에 빠지면 먼저 삭발을 해 선수들의 정신력과 팀워크를 끌어올리는 용병술을 썼다. 성공신화에 위기를 맞은 최 감독의 변신이 프로무대에서도 ‘약발’을 받을지 궁금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