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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정식/內債해결, 적극정책 펴라

입력 | 2002-12-08 18:43:00


남미(南美)와 비교할 때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비교적 빨리 극복했다. 많은 외국학자들은 그 비결 중 하나로 우리 정부 재정이 건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고, 그래서 기업부실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간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또한 늘어난 정부부채 때문에 국민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위기 발생 시 재정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워 경기를 조정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나랏빚 정확한 규모 알려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부채는 지난해 말을 기준, 12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22%로 낮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회수 불가능한 공적자금 69조원과 각종 연기금의 부실 부분, 공기업 채무 등 잠재된 정부부채를 합하면 그 비중은 실제보다 훨씬 높아져 이대로 가다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 또한 작년보다 두 배나 급증해 424조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즉 내채(內債)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고 신중한 정책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지급금액 조정이나 운용 방법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미시적 방법도 있으나 그보다는 부채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먼저 합리적인 측정 기준을 설정해 그 규모를 파악하고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율을 높이는 등의 고통이 수반된다. 따라서 국민의 협조 없이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리고 연차적으로 정부부채를 줄이는 계획을 공포하고, 그 계획에 따라서 부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 역시 재정적자가 심각할 때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호소한 뒤 연차적으로 재정적자를 감소시키는 계획을 공포하고 국민의 협조로 이를 해결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하고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은 그동안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시행하고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너무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수가 위축되고 있어 경기의 경착륙이 우려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가 어렵다. 경기의 경착륙은 곧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하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도심의 재건축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공포해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없애야 한다. 그 다음 내년 이후 수출이 늘어 경기가 연착륙할 경우 금리를 소폭 인상해 급상승한 부동산가격이 서서히 하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밖에 가계대출을 기업대출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또 다른 원인은 금융기관이 위험한 기업대출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가계대출을 서서히 줄이도록 하면서 경쟁력 있는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에 인센티브를 주어 기업대출이 확대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 더 강화를▼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환율의 변동허용폭 제한을 없애고 자본이동을 완전 자유화해 외부충격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서 경기가 흔들리면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을 정부당국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부채 때문에 재정정책을 사용할 수 없고,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정책도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즉, 10년째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과 유사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좀더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내채를 줄여야만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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