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불어가며 먹는 호빵과 어묵의 계절이 왔다. 호빵은 모양이 길쭉해지거나 분홍색으로 치장한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해졌고, 어묵은 종류별로 골라 컵에 담아 가져가는 '테이크 아웃'용 제품이 나왔다. 사진제공 LG25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새벽에 잠시 잠에서 깨어 다시 한번 이불을 목 깊이 덮을 때, 김이 무럭무럭 나는 길거리 음식이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일 때, 그때도 우리는 겨울을 느낀다.
이처럼 겨울을 알리는 것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호빵이다.
한국에 처음 호빵이 등장한 때는 1970년대 초반. 따뜻한 빵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입으로 ‘호호’ 불어먹는 빵인 ‘호빵’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71년 처음 호빵이 나오자마자 그 해 겨울이 채 가기 전에 10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한국 사람이 원체 단팥과 따뜻한 음식을 좋아할 뿐 아니라 호빵 찜통이 친근한 이미지를 줬기 때문이다. 또 식량부족으로 정부 차원에서 분식장려운동을 벌였던 것도 호빵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호빵이 인기를 끌자 점점 다양한 호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멤버인 ‘단팥호빵’에 이어 ‘야채호빵’이 등장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피자호빵’, ‘고구마호빵’, ‘떡볶이호빵’ 등이 앞다퉈 시장에 나왔다.
특히 치즈를 듬뿍 넣어 피자맛을 낸 피자호빵은 97년도 처음 나오자마자 10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단일 품목으로 전체 호빵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일부 편의점에서 2000년도에 선보인 ‘안흥찐빵’도 인기가 높았다.
호빵 모양과 색깔도 갈수록 세련돼졌다. 단순히 둥글고 흰색에서 현재는 길쭉한 모양도 나왔고, 색깔도 주황색, 분홍색으로 치장한 호빵도 눈에 띈다.
호빵 이외에 겨울을 알리는 식품으로는 어묵과 즉석국밥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어묵은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맛이 향상되고 있다. 인공포장을 사용해 위생문제도 많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졌다. 웬만한 편의점에는 왕오뎅어묵, 즉석어묵, 종합어묵 등 5, 6가지 종류가 있다. 가격은 1인분에 1600∼2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
즉석국밥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음식이지만 그 인기는 매우 높다. 인기의 비결은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든든한 식품이라는 데 있다.
즉석국밥이 뜨자 편의점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컵라면은 소비가 줄고 있다. LG25에 따르면 10월 한달 동안 즉석국밥은 9월보다 20% 이상 많이 팔렸지만, 컵라면은 같은 기간 5% 줄어들었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위로 올해는 겨울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다. 따끈한 호빵, 어묵, 국밥이 그리워지는 때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