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부시 유엔총회 연설서 對이라크戰 촉구

입력 | 2002-09-12 18:18: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일 뉴욕 9·11테러 추모식장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뉴욕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1991년 이후 각종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이라크가 조건없이 생화학무기와 핵 연구시설을 폐쇄하도록 유엔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이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이 행동할 것”이라며 유엔이 나서지 않을 경우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반 총회 연설에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지난 10년 동안 유엔을 속이고 대항해 왔다”고 비난하고 “유엔은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받도록 확실한 새로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후세인 정권은 이라크 국민을 상대로 수많은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르며 국제 테러를 지원해왔으며 1998년 이후 유엔의 무기사찰을 받지 않으면서 유엔의 16개 결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최근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라크를 유엔이 응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가 핵 원료를 입수할 경우 1년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 美 이미 작전 돌입?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후세인 정권 축출에 국제사회가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유엔의 지원을 얻어내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 단독의 군사행동 계획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그는 “어떤 나라든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광범위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유엔에 의해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에 앞서 첫 연설을 한 아난 사무총장은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교류를 통한 여러 나라의 협조를 통해서만이 테러리스트들의 활동기회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고위인사는 아난 총장의 메시지를 “부시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경고”라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이라크 국민과 세계질서를 위해 무기 사찰을 조속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을 두루 만나 이라크 문제를 협의했으며 미국 고위 관리들은 유럽 각국에서 이라크 공격에 관한 지지를 구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찬성하는 나라는 영국뿐이었으나 12일 프랑스가 지지를 밝히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외교적인 해결’을 주장하면서 공격 반대론을 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10일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으로부터 “현재로선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보고를 듣고 이라크에서 사찰을 벌이기 전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무기 사찰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한을 설정하자고 유엔에 제안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2단계 조치, 즉 첫 번째 결의에서 시한을 정하고 두 번째 결의에서는 대(對) 이라크 조치에 동의하는 것에 비해 단축된 과정이라고 영국의 BBC방송은 보도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