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부시르 핵발전소가 완공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미국이 이 발전소를 선제공격할지 여부가 중동의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월 이란을 ‘악의 축’ 국가의 하나로 규정한 연두교서 발표 이후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까지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새로운 독트린을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부시르 발전소가 이 같은 독트린이 실행되는 첫 시험무대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95년 이 핵발전소가 착공된 이후 7년 동안 인공위성을 동원해 건설현장을 샅샅이 감시해 왔다. 최근 인공위성사진 판독 결과 발전소의 둥근 돔까지 윤곽을 드러내 이르면 내년 말 원전이 가동될 것으로 양국은 판단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기술은 핵폭탄이나 핵무기 연료, 화력 증강용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 발전소가 핵무기 생산공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는 발전소를 선제공격하자는 의견과 실속없이 반미감정만 부추긴다는 반론이 갈려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는 이란이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러시아에 첫 핵연료를 받기 전 발전소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이란이 국제적 안전장치에 동의하는 한 발전소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란은 이미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발전소 가동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몇 주 전 “부시르 발전소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일간지 하레츠는 이스라엘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81년 전투기 F15와 F16을 동원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원전을 초토화시킨 전례도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 과학자들이 이 발전소를 통해 이란에 핵폭탄 생산 기술과 노하우, 원료물질을 제공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5월 모스크바회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란의 에너지 공급을 돕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이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최근의 미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이며 이란이 보복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란이 95년 러시아와 8억달러짜리 건설계약을 하고 남부 해안지역 부세르에 짓고 있다. 950~1073MW급 경수로 2기로 구성될 예정. 총공사비는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도 받았다. 97년 IAEA는 "이란이 국내 전력공급을 위해 핵발전소를 건설중"이라고 공식발표했다. 2003년말~2004년초 완공 예정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