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각규, 조순, 홍재형, 강봉균….
경제관료의 최정점에 올랐던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관료생활 막바지에 정치권 입문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 중엔 성공적인 의원생활을 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다 경제관료로서의 명예마저 잃은 분이 더 많다.
관료출신 정치인 명부에 진념(陳稔) 부총리가 이름을 올리려 한다.
진 부총리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 도중 경기지사 출마설이 흘러나오자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민주당이 기정사실처럼 굳히기에 들어간 금주 초까지도 이 소신을 지켰다.
그러나 출마를 위한 공직사퇴 시한을 나흘 남긴 10일 “명분이 있다면 출마하겠다”고 밝혀 강한 부정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진 부총리는 2000년 총선에서도 출마 요청을 받았지만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달리 이 요청을 뿌리치고 기획예산처 장관직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이제 신세를 갚을 때가 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제는 회복기에 접어들었다지만 한국경제의 순항을 자신하기 어려운 때 경제 수장의 ‘선거용 징발’이 가져올 후유증이다.
물가동향이 심상찮고 수출과 투자는 본격적인 회복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과 양대선거라는 국가대사를 앞두고 경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진 부총리에게 있는 것이다.
지명도를 갖춘 장관이 선거에 징발되는 것은 한국정치의 오랜 고질이다. 그런데도 장관들의 경륜은 ‘정치초년병’이란 이유로 정치권에 쉬 녹아들지 못해 개인적인 불행을 낳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달 성황을 이룬 뉴욕 투자설명회는 한국의 구조조정 성과를 칭찬하면서도 정치일정 탓에 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 경제팀장의 정치 입문은 한국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가 약화됐다는 신호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박래정기자 경제부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