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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괴선박 공방' 가열

입력 | 2001-12-27 17:58:00


북한과 일본이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괴선박 사건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일본을 맹비난했고, 일본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괴선박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방위청의 감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와 일본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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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공방〓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일본 당국자가 어떤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우리와 연결지으려는 여론을 조성하고 그것을 멋대로 흘리고 있다”며 “이는 존엄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중대한 모략행위이며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본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최근 계속해서 반(反)공화국 책략을 구사하고 있는 일본 당국의 책동에 대해 우리는 고도의 경계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일본측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은 26일 평양방송이 “괴선박 사건은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이 빚어낸 엄중한 모략극”이라고 비난한 데 뒤이은 것이다.

그러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저질스러운 비판은 완전히 타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참으로 유감”이라며 “일본의 행동은 국제법과 관계법령을 토대로 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부인과 비난은 대체로 예상했던 일”이라며 북측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괴선박의 선적과 임무 등에 관한 구체적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감청 논란〓슈토 신고(首藤新悟) 방위청 방위국장은 26일 자민당 모임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일은 일절 없다. 정보를 모르는 무책임한 직원의 발언으로, 엄중히 대처하겠다”며 감청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우리의 손바닥 안까지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고,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도 “다른 나라에 방위청의 정보능력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감청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일본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의 감청 사실이 밝혀질 경우 북한이 무선 주파수와 암호를 바꿔버릴 가능성이 있고 일본의 정보수집능력이 외국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 또 미국이 군사기밀을 제공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짐으로써 “일본은 정보 기밀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방위청은 9개 지역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통신내용을 감청하고 있다. 일본의 감청은 통합 막료 회의(우리의 합동참모본부)의 정보본부 산하에 있는 전파부가 맡고 있다. 전파부는 육상 자위대에 있던 ‘조사부 조사2과 별실’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군사정보 수집의 핵심부서다.

감청정보는 극비중의 극비로 취급돼 최고 간부만이 접할 수 있다. 비밀유지를 위해 총리에게 보고할 때는 경찰간부 출신인 내각정보관에게만 알려준다. 이 때문에 총리를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부장관도 감청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의 일부 간부들은 “중요 정보를 알지 못해 초동대응에 실패할 수도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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