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세 상승을 예상하면서 장밋빛 기대가 충만하던 연말 증시에 뜻밖의 해외 변수들이 나타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대세 상승은 미국 및 세계 경제의 회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급격한 엔화의 약세와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등 국제 경제에 굵직한 변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이 같은 해외 변수들이 2002년 국내 증시의 대세를 바꿀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두 악재의 영향력이 예상외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한국과는 지구 정반대편에 있다는 거리감 때문일까.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통화가 발행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이번주 들어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국내 증시의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올해 4월부터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대두됐고 한국의 증시도 이런 부담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반응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으로 큰 영향을 받는 기관이 대부분 한국 증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유럽계 은행이라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아르헨티나 사태는 이미 7, 8개월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한국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엔화 급락〓그동안 한국 증시는 엔-달러 환율이 오르면(엔화가치 하락) 주가가 어김없이 하락하고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그만큼 엔화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증거.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서는 엔화 급락세를 좀 더 차분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2년 한국 증시의 큰 추세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느냐이지 엔-달러 환율이 아니라는 것. 엔화가 급락하면 아무래도 일본과 수출 경쟁관계인 한국 경제가 불리하기는 하겠지만 이것이 세계 경제 회복이라는 근본 뿌리를 흔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의 고유선 선임연구원은 “예상대로 내년 2·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