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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찔끔찔끔 금리인하 천덕꾸러기 취급

입력 | 2001-08-22 18:49:00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에서 올들어 7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1월 3일 기습적인 0.5%p의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이번의 0.25%p의 금리 인하까지 무려 3%p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

그러나 지난 1월의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것과는 반대로 이번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주식시장이 하락한 이유는 금리 인하가 대부분의 전문가가 예상한 폭만큼 단행이 됐지만 일부에서는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을 예상한 투기적인 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편에서는 FRB의 현 미국 경제가 이제는 바닥을 형성하고 회복할 것이란 평가를 해주길 바랬지만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수준에 그친 것도 실망의 이유가 됐다.

결국 주식시장에 호재라던 금리 인하는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금리 인하에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 FRB에서 발표한 내용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 놓았을지 몰라도 경기 회복 가능성을 다시 낮춤에 따라 주가는 맥없이 주저앉은 것이다.

한편에선 FRB가 경기 침체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연초부터 단행된 0.5%p의 금리 인하 폭이 지난 6월부터 0.25%p로 줄었는데 결국 경기는 아직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계속해서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FRB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연방기금금리가 이미 3.5%로 떨어져버려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와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10년간의 호황을 기록하기 직전 불황기인 80년대 말 FRB는 이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그린스펀 의장이 재임중이었던 그 당시 연방기금 금리는 89년 5월 9.75%에서 92년 9월엔 3%까지 낮아졌다. 그 당시 낮췄던 금리의 최저수준이 3%라는 점은 분명 부담스런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0.5%p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3% 미만의 금리도 가능하겠지만 결국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금리 인하 수준과 경기 부양의 선택에서 FRB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